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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햇살 Oct 27. 2024

83년 만에 밟은 뜰

존귀한 딸

"할렐루야! 얘들아,  할머니 이제 하나님 믿기로 하셨어. 나랑 한 달에 한번 교회 가시기로 하셨다."

'믿음의 명문가' 가족 단톡방에 할머니의 소식을 올리자 이미 온 집안이 축제의 분위기로 변했다.


나와 남편은 믿음의 1세대이다.

즉 부모님이 모두 불신앙인 집에서 가족 중에 처음으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는 뜻이다.

온 가족이 모두 예수님 믿고 교회에 다니는 모습을 보면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일구었을 때 나는  물질의 풍요나 명예를 바란 적이 없다. 오직 믿음의 가정, 그 소망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그 마음을 아시고 하나님께서는  아이들 모두 신실한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게 해 주셨다. 그 소원을 담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는 가족 단톡방 이름을 ' 믿음의 명문가'로 짓게 되었다.


" 어머니, 할머니랑 첫 예배드리시러 갈 때 남편과 저도 함께 안동 내려갈게요."

" 길도 먼데 뭐 하러, 안 그래도 돼. 할머니가 잘 정착하실 수 있는 교회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해 줘."

"네, 어머니. 그래도 그날을 함께 할게요, 우리 집에 역사적인 순간이잖아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둘째네가 기특한 제안을 했다.  


 우리의 기도가 응답되어 하나님께서는 처음 믿으시는 어머니가  낯설지 않게 잘 적응하실 수 있는 교회를 허락해 주셨다.

83년 만에 교회의 뜰을 밟으신  시어머니.

손주내외의 손을 잡고 예배를 드리시는 시어머니의 모습은 이미 존귀한 하나님의 딸로 변해있었다.

이제 더 이상 아들을 앞세운 복도 지지리도 없는 노인네, 초라할 대로 초라한 그런 노모가 아니다.

반짝는 눈으로 천국을 가슴에 품고 아들과 만나기를 소망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다.


"얘, 오늘 부른 노래 나 좀 알려다고."

어머니는 요즘 예배를 드리고 오면 그날 불렀던 찬송가를 접어 놓고 열심히 읊조리신다.

목사님 설교말씀 본문을 접어 놓고 웅얼웅얼  말씀을 읽기도 하신다.

한 달에 한 번 안동에 내려가면 그동안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배운 찬송가와 읽었던 말씀을 펴 보이시며 자랑도 하신다.

31년 전, 아니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우리 시댁에 펼쳐지고 있다.


어머니의 첫째 딸은 여전히 의식이 없다. 아직도 앞서간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다.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통증이 심해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하고 있다.  어머니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께는 소망이 생겼고 모든 마음의 짐, 인생의 짐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직 내 아버지를 믿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살게 되었다.


지나온  인생을 생각해 보면  나 또한 하나님 없이 단 하루도살 수 없었다

늘 술에 취해 방탕했던 아버지, 가정불화, 가난...

하지만 난 늘 빛나는 삶을 살았다.  나를 위해 자신의 독생자를 아낌없이  내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날 빛나게 했다. 죽고 싶을 만큼 괴울 때 하나님께 기도하면  내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을  잊지 않고 기억해 억울함을 풀어주시고 아픔을 치유해 주셨다.

세상 어디에도  하나님이 없을  것 같았던 인생의 굴곡가운데 늘 나를 업고 그 가시밭 길을 건너가셨다.

남편과 시동생의 죽음, 큰 시누의 뇌출혈, 변함없는 시어머니의 신념.  31년간 시댁을 위해 기도 했지만 도저히 응답될 것 같지 않아 지쳐있을 때 하나님은 일하기 시작하셨다.


안동김 씨 장손인 큰아이는 교육전도사가 되었다.

올 추석엔 제사가  아닌 예배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다.  찬송을 따라 부르시고 손자의 설교말씀을 경청하시는 시어머니.

수십 년간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 신이 도대체 있기는 있는 겁니까!"

인생의 고난 가운데  슬픔과 분노로 따져 묻는 사람들에게 살아계신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대한다.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삶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산소망이 되길  소망한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요한복음 1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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