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의 끌림이란.
ft.날것의 끌림이란.
옛말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란 말이 있던데,
우리 집에는 '밥상머리 수다'가 있다.
둘 다 일이며, 공부며 각자 일과가 주중엔 워낙 바쁘고,
집에 와서도 저녁 먹고 약간의 휴식 뒤에는 아기새는 과제하느라 바쁘고,
나도 살림하고, 운동 다녀오고 하니
우리의 꿀타임은 저녁식사시간, 그래서 저녁식사시간은 조금 느긋하고, 여유롭게!
밥 먹고 과일까지 먹으며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어제는 아기새의 남사친 이야기 ㅋㅋ
"엄마 엄마!! (호들갑) 어제 A가 체육시간에 나 운동화 끈 풀렸다고, 알려주는데 너무 스윗했잖아"
(아니, 와서 끈을 묶어준 것도 아니고 그냥 알려준 건데 그게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인가 싶지만...ㅎㅎ)
"A가 웬일이야?, 요즘은 숙제 답 알려달라고 누님누님 안 해?ㅋㅋ"
"크크, 지난 주말에 축구하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서 아빠한테 3일 외출정지 당했데 ㅋㅋ"
"넌 엄마 일정은 기억 못 하고 A일정은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야? ㅡ.ㅡ"
"ㅋㅋㅋㅋㅋ" (아주 해맑음)
"딸, B한테나 잘해줘, B가 너 얼마나 챙기냐, 비 오면 우산도 빌려주고,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B가 너한테 훨씬 더 잘해주는 것 같은데?"
"아니~~~ 엄마!!(버럭)"
"왜?? A가 그렇게 좋아?"
"잘생겼잖아? 그냥 보고만 있어도 잘생겼,,," (얼굴 빨개짐 ㅋㅋㅋㅋ 어이없,,,ㅋㅋㅋㅋㅋ)
여기서 중요한 사실
A : 전교에 소문난 잘생긴 남학생, 성격 좋음, 공부는 그닥임.
수행이나 숙제할 때 아기새한테 "누님, 누님, 살려주세요"하면서 같이 껴서 버스 탐. 넉살 좋음
본인이 잘생긴 거 알고 있고, 누구 사귀지도 않음, 적당히 두루두루 잘 지냄
B(완두콩) : 외모 나쁘진 않으나 평범함, 공부 잘하고 모범생, 완전 착함
유치원 때부터 아기새와 놀이터 친구, 고백은 안(못)했으나, 아기새 좋아하는 거 티 남
하이틴 로맨스도 똑. 같. 네. ㅋㅋ
빈익빈 부익부 + 나쁜 남자 인기남 ㅋㅋ
내 아기새를 그리 안 키웠지만, 그렇게 내면이 중요하다 가르쳤건만,
사춘기 두근거리는 마음의 끌림이란 어찌할 수 없겠지.
한동안 중학생 사이에 익명으로 마음의 투표를 하면서 고백을 할 수 있는 앱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때 B는 익명이지만 아기새를 향한 한결같은 마음을 표현했으나
아기새는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왜 그러냐, 물어보면 답은 항상
좋은 친구인 건 맞는데, 그 이상은 아니라고, 절레절레.
하지만 어쩌면 아직 어른들처럼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마음이 움직이는대로만 판단하니
B를 보면 두근거리지 않지만
A를 보면 두근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심지어 그럼 고백을 해,라고 하니 사귀다 헤어지면 남보다 못하게 될까 아까워서 안 한다는
그 조심스러운 아이의 마음이
사실은
"진짜 사랑"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 자꾸만 순수한 마음에, 여러 가지 조건, 환경, 계산을 넣고 따지고 나니,
뜨거운 마음을 따르자니, 불안한 만남이 되는 것 같고,
안정적인 사랑을 하자니, 미지근한 느낌 없는 만남인 것 같은
이도 저도 아닌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되는 거겠지.
그래서 나는
저녁 식탁 자리에서
아이의 하이틴로맨스를 듣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계산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감정을 전달받는 시간.
반짝이는 눈빛과 붉어지는 얼굴,
재잘재잘 쉴 새 없이 작은 입술에서 나오는 애정 어린 상대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빛나는지.
받아줄 수 없는 완두콩의 마음엔 안타까운 위로의 마음이 들지만.
첫사랑은 그런 거니까.
그리고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n번째의 사랑도 실패나 시련은 있을 수 있기에,
너희들 모두의 로맨스를 응원해!!
덧 ) 그런데!! 반전의 반전은 아기새의 로맨스는 A를 향한 한결같음이 아니라는 것??
며칠에 한 번씩 A였다, C였다. D였다.... 나도 몰라,,, 오늘은 누구?라고 물어야 한다는 것?? ㅋㅋ
이것이 말로만 듣던 금.사.빠.
사춘기는 이런것이군요 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