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 가을꽃 ] ft 중년,
요 며칠 밤낮으로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결국 가장 몸에서 약한 편도선에 SOS!
아침부터 약 먹고 나무늘보처럼 늘어져있다가,
오후 늦게 아기새 픽업하러 잠시 집 앞으로 나왔다.
오늘은 선선이다 못해 쌀쌀하고 춥다 춥다 소리가 나오는 아침
하루가 다르게 바깥세상의 색깔이 달라지는 요즘,
요즘은 가을의 물든 잎을 보면서 "가을꽃"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예전보다 작은 것들에 관심을 더 갖게 된 나이인지, 눈인지 모르겠지만,
잎 하나하나가 다른 색깔로 각자의 속도로 물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꽃 같다고
올해는 줄곧 그렇게 생각해서 사진도 중간중간 많이 찍었었지.
가을꽃, 물든 잎이 더 예뻐 보인다 생각이 든 건,
봄에 피는 꽃들, 새순은 모두 한결같이 비슷한 색깔에 비슷한 모습인데,
물들어가는 잎들 (가을꽃)은 똑같은 햇살과 바람과 비를 맞으며 시간을 보내왔는데도 불구하고
잎 하나하나의 물들어가는 모습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같은 뿌리, 같은 줄기에서 자랐는데도 어떤 건 노란빛으로 어떤 건 붉은빛으로
또 어떤 건 성한 모습으로 어떤 건 벌레 먹은 구멍 난 모습으로,
모두가 다른 모습, 다른 사연을 가지고, 떠나갈 채비를 한다.
- 내가 살아온 과정에 따라 나의 모습이 달라지는, 중년에 돌아보는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게다가 봄꽃들이 지는 모습을 볼 땐 그저 흐드러지며 떨어지는 꽃들이
사춘기의 성장통처럼 보였다면,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바람에 흔들리며 마른 잎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계절을 받아들이고, 지는 철을 준비하는 그 모습이,
욕심을 내려놓고, 미움을 비우고, 이제는 순리에 삶을 조금은 고집을 내려놓고 따라가는
중년, 우리가 고민하고, 성숙해 가는 모습 같기도 하다.
그래서 떨어지는 낙엽, 지는 잎이라 표현하고 싶지 않고,
"가을꽃"이라 부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삶도 이제는 봄꽃보단 가을꽃의 계절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가을 햇살에 , 예쁘게 물들일 수 있게
나의 삶에 최선을 다 했는지, 나의 삶에 진심이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고
가을바람에 살랑이며, 가볍게 질 수 있게,
나의 마음속에 비울 것을, 버릴 것을, 잘 내려놓고 살아가고 있는지 또 한 번 생각해 본 밤.
그렇게 비록 낙엽으로 떨어져도...
누군가에겐 아끼는 책 속에, 마음속에 꼭 간직하고 싶은
책갈피 같은 그중 소중한, 예쁜 (the) 잎이 된 다면,
그것이 김춘수가 말한 꽃은 되지 못하더라도,
소소한 나만의 행복 아닐까.
*알베르카뮈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