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말이야
얼마나 설레고 기쁘고 좋았는지
아마 넌 모를걸.
처음 너와 만났을 때 하루종일 밤새
몽글몽글 했던 내 심장의 그 느낌처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지만
이내 깨달았어.
내게 이건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 같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신호등에 파란불이 곧 빨간불이 될 거라고,
조심하라고 깜빡이는데
횡단보도를 건널까 말까.
발을 내디뎠다 말았다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난 다시 건넜다 돌아와야 하는데.
돌아 올 신호를 놓쳐버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게 될까 봐
물이 가득 찬 컵에
뭐 하나라도 더 들어가면 넘쳐버릴 것 같은
찰랑찰랑 가득 아슬아슬한 그런 마음에
너를 다시 담으면 그 마음이 넘쳐
다 젖어버린 채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까 봐
난 너와 종착역까지 함께할 수없는데
스크린도어가 곧 닫힌다는 말에
거침없이 출발하는 열차 속으로 뛰어들었다가
내리지도 못하고
평생 네가 가는 그 뒷모습 바라보며 하염없이 맴돌게 될까 봐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목숨처럼 아끼고 지키고 싶어 했던
그렇게 매정하게 내게 돌아서게 했던
그 신념을 깨뜨리게 하는 것이
너를 위한 것일까
그것이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닌 것 같아서
너의 그 빛나고 소중한 가치와
지키고 싶은 그 모든 것들을 온전히 지켜주고 싶어서
또한
이번에 나를 붙들지 못하면
그 선을 넘지 않겠노라 했던
그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어진 불안한 나와
그렇게 평생 오지 않을 날을 하염없이 애처롭게
기다리게 될 게 뻔한 내 순정, 내 모습이 너무나 가여워서
애타게 기다리던 말
함께하고 싶은 욕심나는 이야기였지만.
그래서 모든 걸 뒤흔들고 싶기도 했지만...
차마
나는
끝내
이기적인
욕심을
눈 한 번만 질끈 감으면 되는데
바보 같은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너는 책임 있는 사랑을 하는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나는 그런 사랑을 흔들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우린 그런 사람들이기에 서로를 알아본 것이었고,
우린 그런 사람들이기에 서로 잡을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그랬는데.
넌 어땠니.
사랑하지만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내게 있었던 그날의 마음속 이야기
하지만 말이야.
잊지는 말아 주길, 우리의 세 번째 약속,
우리를 만나고 헤어지게 한 운명이 예상할 수 없었던 것만큼
다시 만나게 할 운명 역시 우린 아무도 알 수 없는 거니
부디 단언하지 말고, 시간에, 운명에 맡겨보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