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나는 쥐였다. 격렬한 불꽃놀이에 움츠러들었던 다락 안의 쥐였다. 어두웠던 사춘기 시절, 한참을 내면의 푸른 멍이 가시지 않았고, 긁힌 시간이 아물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은행나무집이라 불리었던 나의 집은 정원이 넓었다. 뒤뜰 연못에는 잉어가 헤엄쳤고, 새장이 있던 광 문을 열 때마다 카나리아, 잉꼬, 십자매가 울어댔다. 장독대에 올라가 버드나무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안채 문턱 너머의 부엌, 마루와 네 개의 방이 보였다.
할머니와 내가 함께 썼던 방에는 다락이 달려 있었다. 누워있으면 달그락거리는 소리 때문에 자주 잠을 깨고는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쥐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기억을 꺼내지 못하는 치매를 앓았다. 70대의 흑발 머리에 정신만 빼고는 몸은 건강했다. 어쩌다 집으로부터 한 시간 떨어진 곳에서 길을 잃어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엄마가 하루 종일 때렸다고 아빠에게 이르는 횟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방을 함께 썼던 나에게만은 애칭을 불러주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세월로 압축되어 갔다. 어둡고 서늘한 처지가 비슷한 '콩쥐'가 세상에 많다는 것을 안 뒤로 나는 길을 잃지 않았다. ‘나다운 나’의 본질로 들어가 사랑과 도전이라는 녀석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어깨에 짊어진 공허함은 행복의 끄트머리를 붙잡았다.
은행나무집으로부터 품어온 향기는 과거를 집어삼키도록 해주었다. 내 안의 쥐는 희붐한 숲으로 사라졌다.
가끔 격렬한 불꽃놀이를 벌여도 시간은 긁히지 않았다. 기억의 합성에 필요한 단백질은 가족이었다. 관계에 귀 기울이고 푸른 멍의 치유에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빛작 연재]
화 5:00a.m. [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수 5:00a.m. [새벽독서로 마음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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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5:00a.m. [과학은 호두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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