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청춘과 중년 사이에는 우리를 가두는 높은 담장이 있다.
청춘이 파뿌리 될 때까지 (빛작, 2020)
알싸한 초심이 위로 자란다.
빛을 향해 굽는 것이
오지랖도 없다.
맨 땅에 첫 발을 내딛는
맨 손의 청년처럼.
단단하지 않은 기둥의 동태.
화려하지 않은 비늘줄기의 정태.
수고한 시간만큼
뿌리는 사방으로 퍼진다.
너비보다 긴 것에 집중한다.
푸르르기 시작하니,
갈래길이 나타난다.
꽉 찬 밑동이 비로소 속을 비우니
어느새 꼭대기에 꽃이 달린다.
둘러싼 소신이 든든하고 보기 좋다.
파 생애의 전성기다.
초심의 뿌리는 흙에 얽히어
역시나 튼튼하다.
여러해살이의 근원.
도도록하게 오르느라 수고 많았다.
땀과 눈물은 없었는가?
파는 말한다.
미리 흘리는 눈물보다 내가 쓰일 그때
알싸함을 보여주는 거라고.
청년은 묻는다.
이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었으니
눈물은 삼킬 수 있지 않는가?
청년들의 초심은 모두가 알싸하다. 돈, 연애, 여가, 일이라는 여러 줄기에 공평할 줄 알았던 햇빛 그 아래, 의지는 자꾸만 빛의 반대 방향으로 굽고는 했다. 우리의 젊은 날, 나보다 남이 더 인정을 받고, 세월에게 미안스러울 만큼 버려진 노력만이 남을 뿐이었다. 서로를 할퀴었던 청춘이었지만 미치도록 불태웠던 촛불을 비벼 끄고, 갈림길 중 하나를 선택과 집중했다. 텅 빈 밑동 부서질라... 한숨 위로 올려다보니 어느덧 꽃이 피는 우리의 청춘. 그 마음은 도도록하게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가슴 아픈 상실을 통과하지 않는 수용은 없다고 말이다.
브런치 입문 당시의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
그림 출처: 뮤지컬 청춘소음(2023) 일부.
[빛작 연재]
화 5:00a.m. [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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