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 그릇을 가진 당신께

by 빛작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성향이 다양합니다.


출근 시간 한 시간 전, 사무실에 도착한 동료 A는 어제의 업무를 훑어봅니다. 오늘의 업무 그리고 완료되지 않은 팀원의 일까지 체크합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머릿속에 담아두고 도와줄 생각입니다. 직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소명이라 생각하나 봅니다.


'나 좋고 너 좋다'는 바람직한 사고를 가진 '공기청정기' 같은 사람입니다. 보기 드문 이타성 짙은 어른이겠지요. 어디 공기청정기 내부 좀 살펴볼까요? 필터 안에는 까만 먼지가 그득히 쌓여있습니다.



동료 B입니다. 여덟 시 오십팔 분! 소란스럽게 사무실로 들어옵니다. 책상 위의 먹다 남은 커피 컵과 이면지를 그제야 치우고 있습니다. 어제 하다 만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늘의 서류를 뒤적거립니다. 그러면서 주말 모임, 아침 출근길 에피소드를 굳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남는 건 '사람' 뿐이라며, 친목 다지기용 수다를 시작합니다.



구석에 놓인 파쇄기처럼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파지함으로 갈려 나오는 종이처럼 말을 쏟아 냅니다. 파지 같은 수다는 비워도 금세 차오르나 봅니다. 이 사람을... 이 파쇄기를 처리하고 싶어도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도 떡하니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동료가 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월급만큼만 일하는 게

사회생활이야. 암 그렇고 말고"

동료 C입니다.



책임보다 권리가 중요한 팀원은 꼭 있지요. 자신의 업무를 이기적으로 쪼개고 나누기에 급급합니다. 회사에서도 워라밸은 존중되어야 하며, 모든 일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짓고 행동합니다. 먼저 머리를 굴리고, 최소한의 일만 쏙쏙 뽑아 먹습니다. 모든 건 자신만이 기준이 됩니다. 이런 합리적 회사생활에는 자신 있답니다. 제 몫의 밥그릇은 잘도 챙깁니다.



복사기처럼 자신의 하루를 복사해 댑니다. 별 필요 없는 팀원인데, 그 하루를 복붙 합니다. 내일도 한 달 뒤에도 똑같이 얍삽합니다.



혹시 이 세 사을 만났다면...



적어도 A.

당신의 하루는 그래도 긍정할 만합니다. 내 그릇은 '이 만큼'이라는 말,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고 생각과 행동이 비끗하지 않습니다. 공들여 나의 역할을 채워가는 당신은 온전한 동료, 선배, 가족입니다.



어딘가에 꼭 있는 B, C.

자신의 유리함만 따지는 이런 사람들 때문에 누군가의 자리는...

누군가의 발걸음은... 헛헛할 뿐입니다.

눈치와 조건적 성과가

승승장구에 가속이 붙을 수 있겠지만

결국, 변화와 발전은 B와 C의 것은 될 수 없습니다.



A, B, C가 아니라면?


자신과 가족과 일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기다릴 줄 압니다. 유리한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약삭빠르지 못하긴 합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는 담대한 사람입니다.



긴 여정을 볼 줄 아는... 큰 그릇을 가졌습니다. 그 크기가 세상을 담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인생의 맛은 알아가는 크기입니다.



[빛작 연재]

화 5:00a.m. [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수 5:00a.m. [새벽독서로 마음 챙기기]

목 5:00a.m. [엄마가 쓰는 유리병 편지]

금 5:00a.m. [엄마가 쓰는 유리병 편지]

토 5:00a.m. [청춘의 썬셋, 중년의 썬라이즈]

일 5:00a.m. [과학은 호두망치다]


#공기청정기 #워라밸 #에피소드
















keyword
이전 05화청춘이 파뿌리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