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초심이 주욱주욱
위로 자란다.
오지랖도 없이 한 곳만 바라본다.
맨 땅, 맨 손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딛는 청년처럼.
단단하지 않은 기둥의 동태.
화려하지 않은 비늘줄기의 정태.
수고한 시간만큼
뿌리는 사방으로 퍼지고
너비보다 긴 것에
선택과 집중한다.
푸르르기 시작하니,
갈래길이 나타난다.
꽉 찬 밑동이 비로소 속을 비우니
어느새 꼭대기에 꽃이 달린다.
꽃을 둘러싼 한 조각 소신이 든든하고 보기 좋다.
파 생애의 전성기다.
초심의 뿌리는 흙에 얽히어, 역시나 튼튼하다.
여러해살이의 근원.
도도록하게 오르느라
수고 많았다.
땀과 눈물은 없었는가?
파는 말한다.
미리 흘리는 눈물보다
내가 쓰일 그때
그 알싸함을 보여주는 거라고.
청년은 묻는다.
이제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었으니
눈물은 삼킬 수 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