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후'는 1년 전에 다니고 쉬었다가 이번에재등록을 한 아이였다.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을 묻는 질문에 적극적으로발표했던 후는 6학년 과정을 듣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동료는 클래스 인원이 적고 유순한 아이들로 모인 그룹에서 수업을 해야 될 거라고 했다.
" 진짜예요?, 진짜?"
후는 실험 방 문을 열자마자 양말로 미끄러지듯이 다급히 들어왔다. 후가 이렇게 부풀어 있는 건 바로 오늘이 돼지심장을 해부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해동된 실험재료를 꺼냈다.해부 접시
와 핀셋, 해부 매스를 차리고 학생들은 눈을 감아
다. 체험 이전에 경건한 의식이 필요해서였다. 생명과 자연에 대해 소중함을 갖고 절대 장난을 치
지 말자는 약속을 했다.실험 수칙을 반복 강조했고 네 명이 아이들이 되뇌도록 했다. 그리고 심장구조를 화이트보드에 그려
가며 몇 가지 설명을 마쳤다.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핀셋을 잡고 손을 떨고 있는 아이, 코를 막고 얼굴
을 찡그리는 아이, 책상에서 멀찍하게 앉아만 있는 아이...눈에서는 낯설고 코로는 세상 처음 맡아보
는 냄새였기에 당연했다. 그리고는 수시로 마스크
와 장갑을 챙기기에 바빴다.그러나 '후'는 양손에 도구를 들고 신이 나있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후는 앉아는 있었지만 유순한 옆 친구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가만있질 못했다. 150cm 작은 키의 아이였지만 방에서는 단연 '후'가 눈에 띄었다. '후야...제발...
곧핵심을 벗어나는? 행동이 이어졌다. 일어날 수 있겠다 싶던 모습이었다. 심방과 심실을 보고 그림을 그린 다음, 침착하게 순환도를 그리고 있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랐다. 쓰윽 싸악...음식 마냥 썰어 모양을 내고 씩 웃었다. 다 녹은 심장에서 뻘건 물이 흰 실험복에 튀었다. 의자를 씰룩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