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선의 줄을 끊으면 : 카잔차키스 29

by 빛작

어쩌다 수사가 되었느냐고요?

그건 내 뜻이 아니라 신의 뜻이었어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는 수사복을 입고 싶은 굉장한 열망에 사로잡혔죠. 하지만 내가 가려고 하는 길에 악마가 장애물들을 만들어 놓았어요.


무슨 장애물이냐고 물으시겠죠. 그러니까 이거예요. 일이 잘 돌아가서 난 돈을 벌었죠.

그런데

돈을 잘 번다는 건 무엇을 뜻하나요?

그건 신을 잊는다는 의미입니다.

나는 청부업자여서 다리와 길을 놓고, 집을 짓고, 돈을 잔뜩 벌었어요.


돈만 없어지면 당장 수사가 되겠다고 나는 자꾸만 혼자 다짐했죠.

그랬더니 하느님이 날 불쌍히 여겼어요.

난 주식장난을 하다가 돈을 몽땅 날렸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난 말했어요.

난 줄을 끊고 떠났습니다.

비행선의 줄을 끊으면 하늘로 솟아오르는 거 아시죠?

난 바로 그렇게 속세를 떠났어요.


영혼의 자서전,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망이 나에게 _빛작


스무 살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야

헛된 결심이라고 여기는 건 더더욱 아닌 거다

믿을 수 있도록 나를 드러내는 것이지

따라가면 좋을 방향을 찾아낸 것이고

이런저런 나를 알고도 자신을 믿게 된다면

내가 귀 기울이는 머리와 가슴은 이제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그때 이루는 균형은 암묵적 약속이며

감각으로까지 이어주는 판단력일 거야

삶을 묻고 나를 찾는 이야기에

타고난 사람의 깊이는 머리와 묶어놓은 줄이 아니라

가슴과 닿아있는 비행선이 떠오르는 것과 비례하겠지?

세월을 탐구하고 네가 건진 경험에

빼어난 사람의 진심은 거의 모든 강인함을 녹이겠지?


그러니, 잠시 빌려다 쓰고 다시 빌려다 쓸 생각이 없는

맥락을 놓지 않으면 가슴과 이어진

비행선은 절대 끊어지지 않을 거야

열망이라는 껍질 속에 뜻이라는 씨는

의무를 다하여 너를 키울 거야

나의 길은 언제나 가 품고 있을 테니

나의 집은 무조건 가 짓게 될 테니


본 브런치북 '빛나는 문장들'은 인문학 서에서 발췌한 글귀와 저의 짧은 글을 담고 있습니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잔차키스 #스무 살 #돈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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