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 복도를 들어서면 뜨겁고 진한 물 냄새가 났다. 높은 온도에서 푹 끓인 하수를 그렇게 매일 접할 줄이야. 물, 토양, 공기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연구소 안에서 물을 다루는 일만큼 인내력을 시험하는 랩은 없다고 느꼈다.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던 순수한 소년 같았던 선배는 평소와 다른 앙칼진 피드백을 주었다. 연구 과제라는 압박감이 다시 나를 압박했던 것 같다. 그가 날라다 놓은 시커먼 시료는 일과 속에서 무한 순환되고 있었다. 실험 뒤 얻는 소수점이하의 값은 내가 맞닥뜨려 배출해야 할 감정을 되새기게끔 도왔다.
실험 재료는 하수였고, 그 처음은 하수처리장이었다. 수질처리 시설에는 미생물을 발효시킬 수 있는 수조를 갖추고 있다. 하수찌꺼기를 슬러지라고 하는데, 슬러지 안의 유기물을 분해시킴으로써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되새김하는 소의 위처럼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원리가 적용된다.
소의 소화기관과 하수처리
소의 소화기관은 음식물의 소화 분해와 영양소를 흡수하는데 특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 입으로 음식물이 들어오는 기능적인 면은 하수처리장의 하수 유입구와 닮았다. 소는 반추 위 체계를 갖고 있어 혹 위-벌집 위-겹주름 위-주름 위로 이어진다. 반추동물의 소화과정에서 연속적으로 음식물을 처리한다. 하수처리장도 중력 때문에 슬러지가 가라앉고 소화시키고 여과시키는 공정을 통해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소가 먹은 음식물의 아웃풋은 하수처리장은 방류구와 같다.
소의 소화기관과 하수처리시설은 들어오고 나가는 사이에 분해과정이 순환되는 구조다. 중간산물(슬러지)을 다룬다. 이 둘은 자원을 순환하고, 환경 보호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태기술이 숨어 있다. 생태모방은 자연 생태계,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공학적 또는 디자인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소의 소화기관 구조의 생태모방기술은 하수처리 과정에 있다. 슬러지를 자원으로 활용하고, 에너지로 만드는 사례가 있다. 소의 소화기관은 음식물을 분해하고, 소화되지 않은 슬러지를 배출한다. 마찬가지로 하수를 소화시킬 수 있는 소화조에서 미생물로 분해되고, 분해되지 않은 슬러지는 배출된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 캐리소의 브런치스토리
* 나무위키
[빛작 연재]
월 [100일의 보통의 날들]
화 [빛나는 문장들]
수 [자연이 너그러울 때 우리는 풍요롭다]
목 [빛나는 문장들]
금 [100일의 보통의 날들]
토 [아미엘과 함께 쓰는 일기]
일 [100일의 보통의 날들]
#프로젝트 #실험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