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산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어렵게 느껴졌던 건 '마인드맵'을 그리는 일이었다. '시간'이라는 주제에서 뻗어나가는 단어, 감정, 생각은 엔진이 망가진 차량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분명, 생각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것이라 배웠는데 그 신호를 낚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내 안의 벽, 인식이 막고 있는 건지 호기심이 부족한 건지, 감각을 끌고 나갈 집중력이 부족한 건지 아무튼 그랬다.
생각 그물이 엉켰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쩌다 섬세한 그물의 한 올이 풀리고 신호와 접속을 하면 아이디어가 살아낼 때가 있었다. 뭐였지? 떠오를 때 바로 적어둘걸. 하면서 영감을 다시 불러오고 싶을 때도 있었다.
막힌 도로가 뚫리듯, 영감세포들이 주욱주욱 뻗어나가는 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고는 했다.
아이디어는 불편함과 결핍이 쏜살같이 과녁에 꽂히는 일처럼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과학의 시대는 그렇게 흘러왔고 발전해 왔다. 과학자들은 생각의 그물이 끊어진다 해도 또 다른 그물과 연결하는 것 같다. 전혀 상관없는 것끼리 결합하고 연결 짓는다.
'안될 과학' 같았던 과학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과학자들이 버섯을 주목했다. 흙 속에서 그물망처럼 퍼지고 성장하는 ‘균사체’라는 것이 있는데, 전기신호와 화학적 신호로 자신의 정보를 전달한단다. 마치 인체의 뇌의 신경망처럼 말이다. 교과실험 중에서 나는 오렌지와 사과를 전선으로 연결하여 전구를 밝혔던 경험이 떠올랐다.
과학자들은 표고버섯을 선택한 이유를 버섯 중에서 내구성이 좋고, 방사선 저항성이 좋은 점을 들었다. 그들은 표고버섯의 균사체를 말려서 전극을 연결하고 전류를 흘려보냈다. 전류를 흘린 뒤에도 이전의 상태가 이후의 신호에 영향을 미치는 게 관찰되었다.
균사체 기반 메모리의 성능 실험 결과, 컴퓨터 메모리처럼 데이터를 읽고 쓰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초당 약 5,850회 수준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때 정확도는 약 90%였다.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성능은 다소 감소했지만, 여러 균사체를 병렬로 연결하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로폼 대체 화분>
표고버섯을 기본으로 한 메모리의 속도는 상용되고 있는 램의 약 100만 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단다.
하지만, 생태모방할 자격은 충분하지 않을까. 균사체는 자연에서 구하기 쉽다. 키워내기에도 수월하고 생분해도 어렵지 않다. 아주 작은 장치에도 특수한 환경에도 전자 폐기물 배출도 해결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에는 다양한 생태기술이 숨어 있다. 생태모방은 자연 생태계, 생명체의 구조와 원리에서 영감을 얻어, 이를 공학적 또는 디자인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버섯 균사체의 생태모방기술 (대형균사체시스템)
은 균사체 기반의 메모리 기술에 있다. 자율주행 장치나 웨어러블 기기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참고로 균사체는 친환경 포장지, 스티로폼 대체제, 공기정화필터를 만들기도 한다.
글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KISTI 과학향기
#표고버섯 #메모리 #마인드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