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습으로든 브런치 ... 쓰자!
브런치와 만나던 날
한때 뇌구조 분석 어플리케이션이 유행이었다. 요즘 나의 뇌구조는 글 소재, 글 제목, 글 목차, 글 방향성, 글의 간결함, 글의 진정성이다. 뇌 공간과 내 시간을 잉크처럼 물들이고 있다. 어쩔 땐 겁이 났다. 바램은 '지치지 않도록'이다. 잠시 재끼고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어느 모습으로든 늘 바라볼 수 있는 구름 같은 글" 로서 함께 지내고 싶다..
19년도, 하루는 카페를 갔다. 닉네임을 정하라고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닉네임을 불러준다고 했다. 망설임 없이 ' H작가'로 저장했다. 잠시 후, 알바생이 외쳤다. "H작가님, 주문하신 카메모카 나왔습니다" 나는 의기가 하늘 오르는 듯했다. 주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이 좋았다. 그냥 응시했을 뿐이겠지만... 착각 속의 좋은 느낌을 가족들에게도 전파시켰다. 하지만 그 이후, 그 카페를 가지 않았으니 더는 불려지지 않았다. 여전히 막연히 품고만 있었다.
20년도 늦가을, 하루는 카톡이 왔다. 브런치 글이었다. 잠시 읽어 내려가다가 머리가 띵해졌다. 평소의 가치관 네 가지 중 하나가 떠올랐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라는 말이었다. 일반적일 수 있는 말이지만, 나에겐 마치, 히포크라테스 선서만큼이나 자부심과 사명감을 부여하고 있다. 훗날, 도자기가 되기 위해 언제라도 빚어질 수 있도록 손질되어 있는 태토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며칠 낑낑댔다. 브런치팀에 글을 보냈지만, 아쉽습니다라며 답장이 왔다. 며칠낮밤 더 끙끙대서 다시 보내드렸다. 드디어 메일이 왔다. 작가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며...
20년도의 새해가 문득 떠올랐다. 소망 중에 있었다. 글을 쓰자! 그래 쓰자. 그리고 6월에는 그림을 그려놓았었다. 미래의 모습 9가지였다. 책이 날개를 달고 훨훨 나는 그림 하나와 저자 강연회 그림 하나. 스스로 신기했었다. 겨울엔 글을 쓰고 있었으니까.
글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꿈틀거리는 게 많았다. 난 글 옆에서 빙빙 맴돌고만 있었다. 정리가 되질 않았다. 하나둘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어갈수록 난 작아져만 갔다. 그래도 하루하루 브런치라는 방에 들락거렸다. 나에게 매일 쓰는 건 불가능했다. 열흘쯤 지나면 겨우 하나 생성되었다. 댓글과 구독은 즐거운 일이었다. 매일 글을 올리는 작가님들이 신으로 느껴졌다. 검색창에 주제를 치면 좌르륵 관련 글이 나오듯이 그렇게 써지는가 싶었다. 난 목을 가누지 못하는 시기의 아기와 같았다. 아기가 눕거나 트림하는 순간 조차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것처럼 내가 써놓은 글은 주제를 못 세우고 글자만 툭...툭 떨어뜨렸다. 글에서 뭘 말하려고 하는지 트림처럼 시원히 나와줘야 하는데, 글은 소화가 쉽지가 않았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글쓰기에도 여유로운 열정을 갖고 싶다. 따뜻한 이성을 담아내려 노력 중이다. 달리기처럼 결승점은 없었으면 좋겠다. 줄넘기처럼 넘다가 지치면 쉬었다 쓸 것이다. 한 번은 뒤로 넘어 보기도 하고 또 한 번 은 두 박자로 천천히 쉬어가며 써나가고 싶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다. 조심스럽게 어느 모습이로든 브런치에 글올 올려보아야겠다.<2021.1.25 , 브런치+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