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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미 Jul 02. 2024

누릴 수 있는 계절에 감사하기(장마)

귀여운 행복 기록 그림 .zip

@nanamee_studio

장마 소식과 함께 소란스러운 여행을 보내고,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와 깨어난 화요일 아침이다. 아이와 내가 깰까 봐 조심스럽게 새벽녘에 나간 남편의 배려 덕분인지 꽤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 눈은 뜨지 않았다. 정신만 희미하게 깨어있다. 어슴푸레 어두운 분위기의 하늘을 감지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들린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아침을 열기 전 잠깐 이 적막의 평화로움을 누렸다. 


@nanamee_studio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바깥 공기를 맞이할 생각으로 거실 쪽 창문을 열었다. 축축하고 포근한 공기가 집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비에 젖은 촉촉한 풀과 나무 냄새도 같이 온다. 시작하는 아침이 참 반갑다. 모든 초록의 생명도 비를 만나 참 반가울 것이다. 이 시기 비를 잔뜩 머금고, 너도나도 풀도 나무도 쭉쭉 뻗어 무성하게 성장하길 바란다. 매해 돌아오는 장마에도 무사히 만날 수 있어 감격스럽다. 해마다 들려오는 암울한 기후변화 소식에 알게 모르게 걱정을 많이 했나 보다. 


@nanamee_studio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부터는 함께하는 계절이 남다르고 애틋하다. 다가올 시기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고, 같이 추억을 쌓아갈 생각에 마음속은 기대감과 흥분으로 차오른다. 그래서인지 자연과 계절, 날씨를 더 열심히 느끼고, 관찰하게 된다. 


@nanamee_studio
@nanamee_studio

이제는 계절이 변할 때의 작은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바뀔 때의 공기는 냄새 혹은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겨울에서 봄이 올 때 만나는 공기는 쌀쌀하지만, 촉촉한 흙냄새가 난다. 

봄에서 여름이 올 때 닿는 공기는 따뜻하고 들뜨는 시원한 느낌이다. 

여름에서 가을이 올 때 다가오는 공기는 낙엽같이 마르고 담백한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가을에서 겨울이 올 때는 스치는 공기는 폐가 깨끗해지는 것 같은 정말 시원한 느낌이다. 


항상 돌아오는 계절의 변화임에도 언제나 새롭고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맞이하길 바란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렇기를 바란다. 또한 감사하다. 


모두의 여름이 평온하기를 바라며.

namee(@nanamee_studio)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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