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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 Feb 28. 2021

'나'만의 시

고래의 꿈 - 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 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망원경 코끝까지 걸어가

수평선 너머 고래의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고래는 사라져버렸어

그런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바다의 목로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이야길 듣는다

해마들이 진주의 계곡을 발견했대

농게 가족이 새 뻘집으로 이사를 한다더군

봐, 화분에서 분수가 벌써 이만큼 자랐는걸……


내게는 아직 많은 날들이 있다 내일은 5마력의 동력을

배에 더 얹어야겠다 깨진 파도의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겠다

저 아래 물밑을 흐르는 어뢰의 아이들 손을 잡고 쏜살같이 해협을 달려봐야겠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꿈이 하나 있다

하얗게 물을 뿜어 올리는 화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


타루초에게는 타루초만의 꿈이 있듯이, 나에게도......

나에게 내려진 시 처방전은 송찬호 시인의 ‘고래의 꿈’이라는 시다. 

물론 처음 읽는 시였다. 

‘쏜살같이 해협을 달려봐야겠다’라는 문구가 하이라이트 되어 나에게 전달 되었다. 

시의 내용이나 느낌이 나를 닮은 것 같아서, 그리고 나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 이 시를 골랐다고 한다.


시의 화자는 몽상가처럼 보인다. 

남들은 단념하라고, 그리고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꿈을 키운다. 

그리고 그는 그 꿈을 향해서 '쏜살같이 해협을 달려가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꿈을 읽어버린 나에게, 

아니 꿈 앞에서 좌절하고 망설이는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고개를 들라고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는 바다 밑 유전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누구에게는 생태계 보존이 중요한 것처럼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꿈이 하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런 허황되고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비웃는다 해도 '나씨나길'이니까 말이야.

이제 나도 동력을 더 얹어서 쏜살같이 해협을 달려봐야겠다. 

이제사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을 동력삼아 Runner의 마음으로 달리련다.

나를 다시 추동할 수 있게 해줌에 마인드프리즘 연구소의 심리보고서에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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