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회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 참여기
#1 마무리하고 얼른 마음 챙겨 올게
10월 1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16일 첫 글을 쓰기 시작했고 '제9회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이 있다는 안내를 봤다. 그걸 왜 봤을까. 하긴, 눈에 너무 잘 띄었다. 브런치에 들어갈 때마다 문구가 알짱거렸으니.
마감일까지 일주일 남겨두고 13편을 썼다. 하루에 두 꼭지씩 쓴 셈. 육아맘에게 자유의지가 허용된 3시간을 최대한 쓰려고 밥도 대충 떼우고, 정말 미친 듯이 썼다. 대체 왜 그랬을까? 왜! 사슴을 쫓는 맹수처럼 '브런치북' 하나 완성하려고 정신없이 질주한 것 같다.
마감 날, '브런치북'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감은 안 오고, 하필 일요일이라서 도무지 짬이 안 났다. 슬슬 맹수에게 쫓기는 사슴이 되어 가고 있었다. 똥줄이 탔다. 선입금을 받은 것도 아닌데, 빚이라도 진 것 마냥 마음이 조급했다. 밥도 제 때 못 먹고 일주일을 보낸 나에게 미안했다. 이러려고 그렇게 몰아 썼나, 그냥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쓰면서 다듬을 걸. 대충 쓰려니 뭔가 찜찜하고, 그렇다고 각 잡고 앉아서 쓸 시간은 안 나고.
할 수 없이 아이에게 20분짜리 'LOL 서프라이즈 언박싱 영상'을 틀어줬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연우야~, 엄마가 뭐 보여줄 건지 아야?" 아이는 눈을 반짝인다. 걸려들었다. 아이가 영상에 집중하는 사이, 얼른 다른 방으로 가서 노트북을 켰다.
프롤로그를 두 줄인가 썼는데, 아이가 옆으로 다가왔다. 살짝 소름. "나도 이거 할래!" "어? 어...." 결국 노트북을 덮었다. 생각 회로도 꺼졌다. 엄마가 관심을 안 보이니, 아이도 노트북 놀이를 안 하겠다고 한다. 함께 'LOL 서프라이즈 언박싱 영상'을 보면서, 코딱지만 한 인형들의 패션쇼를 감상했다. 눈은 영상을 향해 있지만, 머리는 글줄을 써 내려갔다. 프롤로그를 어떻게 쓸까. 에필로그도 써야 하지 않을까.
"엄마, 이거 진짜 예쁘지?"
"어?..."
"우아~"
"..."
엄마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걸 아는, 눈치 빠른 다섯 살은 그제야 선심 쓴다는 듯이 말한다. "엄마, 노트북 놀이하고 있을래? 이따 연우가 갈게." 찐 엄마미소가 나왔다. 미안해, 딸. 엄마 마음이 딴 데 있어서. 가서 마무리하고 얼른 마음 챙겨 올게.
예상했겠지만, 연우는 엄마의 노트북 놀이를 오래 기다려주지 못했다. 다시 곁으로 와서 "근데, 뭐해? 나도 할래"를 반복했고, 그렇게 엄마 방과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내 실수였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따돌리는 걸 하나의 놀이로 알았다. 하면서 어찌나 깔깔대던지.
결국 대충 냈다. 퇴고도 못하고. 어쨌든 냈으니, 사슴이든 풀떼기든 잡긴 잡은 거다.
#2 대충 냈지만, 생각하지 않으려고
뭔가 좋아지면 그것만 보이기 마련. 도서관에 가면 '글쓰기' 책이 눈에 띄고, 유튜브를 켜면 '글 잘 쓰는 법' 이런 게 뜨고, 기사를 봐도 작가가 쓴 거면 눈이 한번 더 간다. '글 좋아하는 사람, 참 많네~' 싶지만, 나 역시 그 무리에 속해있고, 내 주변만 둘러보니까 그런 거다.
컴퓨터가 말썽일 때마다 뚝딱 고쳐내는 친구에게 '너 IT 천재구나~'하면,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해~'라고 말한다. 나에겐 메모리니, CPU 용량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그가 '천재'급인데, 그에겐 평범한 일상일 뿐. IT 강의 듣고 IT 책만 보고, IT 공부하는 친구들과 자주 놀겠지. '천재'가 주변에 널렸으니, 자신의 '천재성'은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 거다.
브런치를 돌아다니다보면, '글 잘 쓰는 사람,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신선한 소재, 절묘한 표현력, 논리적인 구성, '캬~ 어떻게 이렇게 쓰지?' 감탄한다. 좋아하는 글에 '라이킷'을 누르다 보면, 슬슬 마음이 작아진다. 부럽다. 정말.
처음엔 '나만 좋으면 됐지'하면서 글을 썼는데, 시간이 갈수록 '어떻게 하면 더 잘 쓸까?'를 고민하게 된다. 잘 쓴 글이 잘 읽히고 더 많이 퍼지니까. 내가 쓴 글을 많이 퍼뜨려서 누군가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게 열등감을 부추긴다.
뭐, 물론,
열등감을 밟고 성장한다는 건 모두가 아는 진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레퍼토리,
그래도 받아들이는 건 늘 어렵고 속상한 일.
부족한 걸 알아야 고친다는 걸 알지만,
'부족하다'는 말에 가슴이 쿵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재(人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