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의 즐거운 기억을 망쳐버린 2시간의 괴로움
지난 토요일에 멀리 외출을 다녀왔습니다. 광역버스를 타고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해서 5시간동안 강의를 듣고 다시 2시간에 걸쳐 돌아와야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아침 9시에 출발해 집에 돌아오니 6시가 넘었습니다. 일하는 날도 아닌데 일하는 날보다 몸이 더 힘들었는데요. 게다가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심하게 멀미를 하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람 감정이라는게 참 변화무쌍합니다. 분명 일정 중에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헤어지면서 인사하기까지만 해도 기분이 참 좋고 행복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2시간 사이에 땅과 하늘이 뒤바뀌는 것처럼 감정이 180도 달라져버렸습니다. '여기 오길 참 잘했다. 많은 것을 배웠다. 다행이고 기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내가 이렇게 시간을 들이면서 이 고생을 하면서 더 다닐 가치가 있나?' 하는 생각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7시간의 설레고 즐겁고 행복했던 마음이 2시간만에 짜증나고 우울하고 화나는 마음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제가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중 감정조절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 보이다가 어느 순간 기분이 나쁜지 침묵하고 침울해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제 마음이 급격하게 바뀌었던 것처럼 저와 이런 사람들 사이에 공통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감정이 시시각각 변하지는 않을테니까요.
저는 버스에서 심한 멀미를 함으로 기분이 나주 나빠졌습니다. 게다가 안좋은 상황을 피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들숨 날숨으로 조절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괴로움에 오래 고통받아서 그랬는지 내려서 바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어느정도 진정되어 일어났는데, 버스정류장 유리에 비친 제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얼굴은 빨개졌고 눈꼬리는 치켜올라가있고 거칠게 호흡합니다. 누가 봐도 화난 모습이고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사람입니다. 유리에 비친 저와 눈을 마주치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니, 이게 이렇게 화날 일이야? 뭐 때문에 화가 난건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김에 좀 더 앉아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감정의 흐름을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었는데요.
기분 좋게 버스를 탔다. ▶ 출발한 지 10분만에 약한 멀미감이 올라와 기분이 불쾌해졌으나 이 정도는 괜찮다 생각했다. 기분이 많이 나쁘지는 않았다. ▶ 멀미가 점점 심해졌다. 도착지까지 1시간 30분 이상 가야 한다. 참아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부담스러워졌고 긴장했다. ▶ 더 멀미가 심해졌다. ▶ 내릴 기회가 있었으나 다음 버스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내려야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는 이미 버스가 고속도로 진입 전 마지막 정류장을 출발했다. ▶ 도착할 때까지 참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멀미가 심한 것에 대해 불편한 생각을 하자마자 멀미가 더 심해졌다. 극도로 예민해졌다.
▶ 바보같이 왜 내리지 않았나 하는 후회에 스스로를 비판했다. 부정적인 감정이 배가 되었다. ▶ 최악의 상태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생각해보니 잠깐 불편한 것을 참으면 기분 좋은 감정 그대로 올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가끔 어느 포인트에서 기분이 나빠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역린'을 건드렸다고 생각하는데요. 역린이란 '용의 목에 난 비늘 중 거꾸로 난 비늘'을 뜻합니다. 왕이나 군주가 화날만한 약점을 가리켜 역린이라고 합니다.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약점을 건드렸다, 예민한 부분을 건드렸다 등의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 모두는 마음 속에 역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상대방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역린을 건드리게되면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눈에 그려지지요.
저는 저 스스로 제 역린을 건드린 것 같습니다. '최선의 선택을 하자.'는 주의로 사는데 마음 속으로 저에게 '너 진짜 멍청한 선택을 한거야, 왜 안내렸어?' 하고 다그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한다고 상황이나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마음을 통제하지 못한 점이 제 기분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달가운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아무도 없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분 좋고 행복하게 살고 싶지 누가 기분 나쁘고 우울하게 살고 싶을까요. 행복을 추구하는게 인간의 본성 아니겠습니까. 제 경우를 바탕으로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감정을 직설적으로 얘기한다.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들음으로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사회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며(무리를 이루려고 합니다.), 성장하면서 교육을 통해 좀 더 깊게 이해하게 됩니다. 이 말인 즉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내 감정이 아무리 힘들고 아픈 것이라도 '혹시 내가 이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게 아닐까? 관계가 깨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나를 해치면서까지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닙니다. 내가 평안해야 누군가를 대할 때도 좀 더 여유롭게 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상대방이 기분 나쁘다 할 수 있습니다. 관계가 흐트러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내 감정이 이런 부분에서 이렇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줬으면 좋겠다.' 라고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함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존중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 해도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하고 내 감정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내가 제일 소중하니까요.
상대방이 있고 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에서는 이렇게 대화를 통해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상이 없을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번째, 내 감정을 인식하고 피하라.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어떻게 하라는 방법론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리를 지르라거나 운동을 하라거나, 독서를 하라거나 명상을 하라거나 등의 방법들입니다. 그 중 제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는데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시도해본 여러 방법 중 가장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던 방법입니다.
그 방법이 뭐냐면, 그런 감정이 드는 환경 자체를 피하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환경 자체를 피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친구와 카페에서 만나서 기분이 상하거나 싸웠다면 그런 감정이 들도록 만든 장소 자체인 카페를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벗어나는 것입니다. 영원히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피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직장에서 일할 때 일이 잘 안풀리거나 고객과 심한 갈등이 있었다면 잠깐 사무실 밖으로 나가 감정을 정리하고 들어오곤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 회사에서 이미지가 '화 잘 내는 사람, 툭하면 나가는 사람, 멘탈이 약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 나만의 감정한계를 정해놓고 그 한계를 넘을 경우에만 나가는게 좋겠지요.
공부할 때, 운동할 때, 일할 때 등 나 혼자의 생각과 문제로 마음정리가 안될 때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기분이 나빠질 것이 뻔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피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로 기분 좋은 경험을 했던 날이었음에도 하루 전체가 기분 나쁜 하루가 되어버렸습니다. 얻은 것 없이 시간도 잃고 에너지도 잃은 그런 날이 되어버린 것인데요.
변화무쌍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잘 아는 것과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를 얼마나 잘 아느냐에 따라 '이 행동을 하면 내 감정이 어떻게 될 것이다.'를 알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며 '어떤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느냐 인식하지 않느냐'에 따라서도 감정을 다스리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