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공공기관에 입사해 줄곧 하나의 커리어 패스를 따라 걸어왔다. 내 일에서 전문성을 쌓으면 그것이 곧 나의 경쟁력이 되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어 이적한 회사는 규모가 작고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다. 문화나 시스템, 교육 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우후죽순 쏟아지는 일들을 그저 '열심히' 했다.
커리어 초반의 나는 무슨 일이든 주어진 일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잘 해내려고 애썼다. 그런 태도가 상사의 눈에 예쁘게 보였는지 하나둘씩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회사에는 멘토도 일을 가르쳐줄 선배도 없었다. 그저 맨땅에 헤딩하며 깨우치고 나아갔다. 실력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면 퇴근 후에도 기꺼이 배우러 다녔다.
사실 처음부터 이 일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졸업 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무라 생각해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해 커리어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일이 나랑 잘 맞아서라기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려는 태도를 지향하다 보니 어느 순간 '좋아하는 일'이 되어 있었다. 응? 이게 말이 돼? 싶지만 정말 그렇게 되었다.
업력이 쌓이고 이 일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면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삼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고.
하지만 그런 내게도 이 일이 싫어지고 길을 잘 못 들어섰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이미 손에 익어 난도가 낮아진 업무를 곰국 우려먹듯 지속해 나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나처럼 이 일을 좋아하는 후배도 없고, 조직에서 나만큼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실력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실력인지도 헷갈리고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자 이 일을 버리고 싶어졌다. 일은 그대로인데 그 일을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면서 좋아했던 일이 어느새 싫어하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고 찾아 헤맨다. 그럴 땐 그 일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한번 돌아보라. 일을 그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일에 임하고 있는지, 지금 하는 일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이다.
일의 재미는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업무에 임하는 태도와 시선이 바뀌면 같은 일도 다르게 느껴진다. 좋아하는 일은 한 번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성실한 태도와 책임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