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일노애락 14화

일노애락/ Steal with Pride

by 차이

일하면서 늘 사수가 없었다. 회사의 규모가 크든 작든 나는 늘 1인의 홍보 담당자였다.

결과적으로 그 상황은 나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늘 '사수의 부재'가 서러웠다.


아무도 홍보의 방향성을 몰랐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문제는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었다는 거다. 잘 해내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훔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일의 순서도 몰랐다. 그저 닥치는 대로 레퍼런스를 모으고 얼개를 짰다. 그래도 모르겠는 건 잘하고 있는 기관의 홍보팀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 같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 배운 적은 없지만 일을 해야만 했고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던 절박함 때문이었겠지. 다행히 아는 것을 기꺼이 나줘주는 좋은 분들을 만났고 덕분에 나도 조금씩 진화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워라밸은 100:0이었다. 닥치는 대로 배우고 신나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때의 나는 무엇을 보든 '와 이거 해보면 좋겠는데? 우리 조직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훔치기 모드였던 것 같다. 연차가 쌓이면서 훔치는 것을 넘어 재해석하고 재정의 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새로운 고민의 문이 열린 것이다.


얼마 전 유퀴즈에 이효리가 나와서 옛날의 그 치열함이 그립다는 얘기를 했다. 나도 그렇다. 하나부터 열까지 잘하는 건 다 훔치고 싶고 혼자서라도 더 잘 해내고 싶었던 그 시절의 에너지가 나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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