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많은 날들을 반추해 보면 나는 늘 시작하는 에너지는 좋은데 지속하는 에너지가 부족했다.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에 쉽게 빠지고 집중력 있게 몰입하지만 늘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순발력과 집중력은 있는데 지구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다.
그런 내게 지속하는 재미를 알게 해 준 게 바로 '운동'이다. 작년에 아픈 엄마 때문에 병원을 오가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지켜봤다. 그때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큰 자산은 건강이구나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 무렵 우연히 홈트를 접하게 되었고, 가볍게 이것저것 따라 해보기 시작했다.
짧은 20분짜리 운동을 해보다가 자신감이 생겨 1시간짜리 100일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딱 100일만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주 5일을 목표로 삼았다. 역시 시작은 가볍고 힘찼다. 운동복을 사고 시간도 정하고 나니 꾸준히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의욕이 가득 찼다.
운동을 하면서 "비루한 내 몸 덩어리"라는 말을 얼마나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살면서 팔이나 다리를 그렇게까지 들어 올릴 일이 없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홈트의 다양한 동작 덕분에 온몸 구석구석이 아팠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이 모두 깨어나 아우성을 치는 것만 같았다.
처음 며칠간은 근육통 때문에 너무 힘들었지만 의지로 버텼다. 그러다 동작이 몸에 익고 근육통도 점점 사라질 무렵부터 갖은 핑곗거리가 떠올랐다. 오늘은 그냥 쉬자. 예전 같았으면 쉽게 타협하고 역시 나는 안되는구나 하면서 포기했을 텐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이 가장 하기 싫고 시작하고 10분간은 정말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그런데 20분쯤 지나면서부터는 이왕 시작한 거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끝마쳤을 때의 뿌듯함이 내게 '지속하는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무엇보다도 '그저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반복에 지치지 않고 나아가는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이다.
100일만 해보자고 했던 운동은 300일이 넘도록 지속되었고, 운동은 이제 내 삶의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경험은 내 삶 전반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
예전에는 중간에 실패하면 그만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안다. 하루를 놓쳐도 내일 다시 이어가면 된다는 태도가 나를 단단하게 붙들어준다. 이제 나는 내가 지속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