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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산책 May 21. 2020

5월 18일 비를 보며

5월 18일 맑음을 읽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18일, 19일에는 비가 내렸다. 저녁과 새벽에는 무섭게 비가 내리기도 했다.  비가 그치고 날씨가 정말 보기 드물게 좋았다. 회사를 가기 싫을 정도로 푸른 하늘을 보여 주고 있었다. 기상학적으로 기압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문득 이 무렵 5월 18일을 전후에서 일어난 일로 하늘도 슬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 속에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다가 읽지 못한 책 한 권이 있어 아카시아 꽃이 지기전에 읽어야지 마음을 먹었다. 바로 "5월 18일 맑음"이라는 책이다. 책의 표지는 노란색을 배경으로 해서 추모를 위해서 달았던 "리본"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책 아래는 하얀 꽃이 그려져 있다. 5월 하면 생각나는 꽃은 "아카시아"와 "이팝나무"가 생각난다. 1980년 5월 18일 날씨는 맑은 봄날이었으리라. 맑은 봄날 아카시아 꽃이 피어 있는 곳 아래에서 일어난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흘린 피를 생각하니 날씨, 오월의 꽃과 대비가 되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무관심한 사람은 아닌지 물어봤다. 


"광주"라는 도시에 살기 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솔직히 몰랐다. "화려한 휴가"를 광주 상무 지구의 영화관에서 보고 나서 일단 처음 들었던 생각은 무서웠다. 그리고 "영화"는 허구적인 요소도 있는 거야 하면서 그렇게 지나쳤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국사, 정치 경제를 배우면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제대로 들어본 기억이 없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 광주에 살고 있으니 망월동에 가보자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망월동을 버스를 타고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지금은 버스를 타고 찾아가지는 않아서 모르지만 그때는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그때 묵념을 하고 돌아서서 나왔다. 서늘한 공기가 머리 주변에서 느껴졌지만 애써 모른체 했다. 주변에서 5.18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절반이었다. 나도 솔직히 정확히 아는 것이 없으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작년  5월 이 무렵 영화 "김 군"을 봤다. 다시 한번 내 마음속에 흔들림이 있었다. 

http://blog.naver.com/usna7/221546845367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내가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아이가 나와 같은 오해를 하고 살아갈 때 내가 먼저 알려주고 함께 그 생각을 넓혀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5월 18일 맑음이라는 책과 함께  "광주의 기억을 걷다"라는 책의 "제3부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 부분을 펼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오해는 아마 이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5월 18일 맑음"이라는 책에 오해에 대해서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6. 오해와 악의를 넘는 법 
첫째는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이른바 기득권 가운데 일부가 5.18에 대해 북한군 개입설 등 나쁜 소문을 계속 퍼트려 왔기 때문이다. 둘째는 어떤 이유에서건 왜곡된 심리를 갖게 된 이른바 '일베'와 같은 이들이 자기 불만 배출구의 하나로 5.18과 '전라도'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히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5월 18일 맑음 P.232)
오월의 키워드 - 언론(진실이 가진 힘)
왜곡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그 잘못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여전히 많은 광주 사람이 고통받고 있지요. 언론이 진실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만큼 시민들이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5월 18일 맑음 P.92)

작년에 영화 "김 군"을 보면서 첫 번째 오해 "북한국 개입설", "폭도",  시민군들이 무기를 들었다는 것에 대한 오해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시간적인 흐름에 따라 다시 한번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시민군들이 스스로를 무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봤다. 고립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총기를 들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만 믿고 싶은 대로만 믿어  "국가폭력"이라는 것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어떻게 군인들이 국민들에게 총을 쏠 수 있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조금씩 굳어졌던 것들이 풀려 가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광주사태'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민주화운동"이라고 쓰고 말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을 법정에서 책임을 묻기까지도 쉬운 역사는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던 시간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내 기억 속에는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것이 아쉽다. 흐릿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결혼식 참석을 위해서 광주에 왔을 때  결혼식장 가던 길에 최루탄 냄새가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만화를 보기 위해서 텔레비전을 켜면 채널 사이사이로 집회를 하고 전투경찰이 사람들을 잡아가던 장면이 나왔다. 그때 어린 마음에 집회를 해서 끌려가는 사람들이 잘못을 해서 당연히 벌을 받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실을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바로 그 끌려가던 사람이었다. 5월 18일 맑음 책의 9장에서 "오월을 노래하고 쓰고 그리다"라는 이름으로 영화, 그림, 소설, 음악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렇게 문학으로 영화로 음악으로 남아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년이 온다]에는 이런 질문이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5월 18일 광주 맑음 P.195)
그 명령을 받고 쏜 사람도 있는데, 그것 때문에 죽은 사람도 있는데 그 일로 그동안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사람도 있는데, 쏘라고 명령한 사람은 없단 말인가? [영화 <26년> 중에서] (5월 18일 광주 맑음 P.199)

쏘라고 명령한 사람, 그리고 진실과 사과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영화 26년에서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최근에 읽었던 다른 책 "그리스 인조르바"가 생각났다. "씨앗과 피와 더러운 거름"이 생각났다.  

조르바가 주먹으로 식탁을 치며 외쳤다. "그러면 씨앗은? 식물이 싹으로 돋아나려면 씨앗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내장 속에 그런 씨앗을 집어넣은 건 누구지요? 이 씨앗이 친절하고 정직한 곳에서는 왜 꽃을 피우지 못하지요? 왜 피와 더러운 거름을 필요로 하느냐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라는 씨앗을 꽃으로 피우기 위해서 피와 거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서 "왜 피와 거름이 필요할까?" 어느 씨앗이건 꽃이 피기 위해서는 피와 거름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생산현장은 움직이고 어느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을까? 

민주주의는 한번 손에 쥐었다고 계속 움켜쥐고 있을 수 없는 그것을 쥐고 있기 위해 손에 쥐가 나기도 하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피를 흘려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학농민운동에서 시작해서 3.1 독립운동 - 학생독립운동- 4.19 혁명 - 5.18 민주화운동 - 6월 민주항쟁- 촛불 혁명까지 이어져 왔다. 이렇게 5.18 민주화운동만 따로 놓고 보는 것이 아닌 역사의 흐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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