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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스크 Jan 09. 2023

축축한 빵과 시큼한 피클 핫도그

시카고 핫도그

 시카고에서 뭘 먹을까? 생각하면 떠올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딥디쉬 (deep dish) 시카고 피자이다. 하지만 나는 시카고 하면 핫도그가 떠오른다. 핫도그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기다란 막대기에 꽂힌 명랑핫도그를 생각한다. 미국에선 콘독(corn dog)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핫도그라고 하면 기다란 빵 가운데를 갈라 소시지를 껴넣고 케첩과 머스터드를 뿌린 걸 말한다.


 지역마다 조금씩 먹는 스타일이 다른데 시카고 핫도그의 독특한 점은 케첩을 뿌리지 않는 것이다. 머스터드는 종종 있기도 없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시카고 핫도그집에선 그 어느 곳에서도 케첩을 뿌려주지 않았다. 물론 코스트코에서 파는 핫도그를 먹을 때는 예외다.


파피(poppy)라고 불리는 양귀비 꽃의 씨가 뿌려진 핫도그 빵도 다른 지역 핫도그와 차별점이다. 이게 뭐지? 깨인가 싶었는데 양귀비 씨라고 했다. 약간의 향이 있을 뿐 맛에는 큰 차이를 주지 않지만 미관상 파피시드가 없는 핫도그 빵은 뭔가 빠진 것 같아 서운하다.


 잘게 다진 피클을 올려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커다란 통 피클을 하나 척 얹어준다. 맛의 조화가 어느 부분을 베어무는지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한입 한입 다른 맛이다. 작은 고추피클을 올려주는 곳이 대부분인데 피클과는 또 다른 시큼함과 매콤함이 혀를 자극한다.


 커다란 소시지에 커다란 피클, 토마토, 고추피클이 올려진 핫도그. 그동안 봐왔던 핫도그와 구색이 사뭇 다르다. 맛은 더 다르다. 생전 맛본 적 없는 맛이었다. 안의 내용물들을 감당하기에 빵은 두껍지도 단단하지도 않다. 오히려 받자마자 포장을 벗겨도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다. 죽같이 녹아내린 핫도그 빵에 큼직한 재료들이 듬뿍 올라간 신기한 비주얼에 맛도 신박했다. 한입한입 새콤 매콤 '이런 맛이 있나?' 싶었는데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Portillo's original hot dog

 시카고의 수많은 핫도그 집 중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한 곳은 portillo's이다. 시카고를 중심으로 일리노이 주에 매장이 있다. 맛있는 음식과 저렴한 가격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곳은 핫도그도 유명하지만 다른 음식들도 맛있다. 테이블마다 다른 음식들이 눈에 보인다. 햄버거도 웬만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못지않게 맛있었다. 우리가 가는 세차장  바로 옆에 portillo's가 있어서 세차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남편이 세차를 맡기는 동안 내가 아이와 함께 핫도그를 주문해놓으면 세차가 끝나기 전에 식사를 끝낼 수 있다.


Chopped salad

 아이의 핫도그엔 토마토와 잘게 다진 피클만 올리고 남편과 나는 모든 재료를 다 올린다. 핫도그 하나로 부족한 양은 샐러드로 채운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샐러드는 찹 샐러드(chopped salad). 모든 재료가 쫑쫑 썰려있어 퍼먹기에 좋다. 처음 시켰을 때 느낀 맵싸함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파였다. 샐러드에 파라니. 나에겐 생소한 느낌이었다. 느끼할 수 있는 샐러드드레싱을 파가 훅훅 떨쳐내 준다. 너무 매워지기 전에 블루치즈의 콤콤함이 매운 기를 덜어준다.

 '그래 이 맛이야!'

이것저것 맛보는 걸 좋아했지만 가끔 돌아오는 실패의 기억 때문에 나는 '한놈만 패!' 스타일이다. 시카고 사는 내내 포틸로스에 방문하면 매번 같은 메뉴를 시키고 아주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맥스웰 스트릿 핫도그를 먹기도 했다.


 끝이 아니다. 디저트도 대단하다. 이곳의 쉐이크는 케이크를 같이 넣어 갈아주기로 유명하다. 눅진한 쉐이크의 달달함이 짜고 시큼한 핫도그와 궁합이 좋다. 영화 <마틸다>에서 나오는 초콜릿케이크처럼 무시무시하게 맛있어 보이는 초콜릿케이크도 주기적으로 입에 넣어줘야 한다.


 핫도그. 샐러드. 케이크까지 먹고 나오면 저렴한 가격에 세 식구가 행복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맛도 가격도 완벽하다. LA로 이사 가고 나서 portillo's 지점이 얼바인 근교에 있는 걸 알아냈다. 편도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달려가 먹던 시카고의 맛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시카고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달려가고 싶은 내 마음속 최강 맛집. 소시지와 피클을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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