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여름

그리고 더위 먹기

by 나나스크



어제부터 갑자기 날이 더워졌다. 지난주까지 비소식이 있던 날은 좀 쌀쌀했던 기억에 어제 비가 올지 모른다는 날씨만 확인하고 아이 옷을 긴바지에 헐렁한 반팔티 바람막이까지 야무지게 챙겨 학교에 보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 너무 더워요."

화요일은 학교가 끝나면 피아노에 갔다가 집에 와서 잠시 쉬고 수영을 끝내고 오는 스케줄. 아이 하교시간에 나는 출근을 하느라 집에 없다. 그래서 수영이 끝날 즈음 남편이 퇴근해 집으로 온다. 남편이 집에 와서 아이를 만나자마자 문자를 보내왔다.

"얘 배가 아프고 속이 안 좋대."


더운 날 옷을 너무 덥게 입혔나 보다. 점심을 먹고 운동장에 나가 한참 뛰고 놀았더니 그때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을 자세히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지만 나도 모르게 아이가 별거 아닌데 괜히 아픈척한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학교를 보내기 전 온도를 확인했다. 어제와 비슷한 온도에 비가 올 확률은 어제보다 적다. 반바지에 반팔티를 입혔다. 습관처럼 바람막이를 찾는 아이에게 그건 필요 없다 말하고 학교에 보냈다. 나는 오전에 볼 일을 마치고 친구를 만났다. 날이 덥다며 친구는 시원한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다. 샐러드나 포케를 먹으러 가려다 '물회'에 시선이 집중됐다. 그렇게 시원하게 물회를 먹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들이켠 물회로 몸이 서늘해졌다. 밥을 먹었으니 커피도 한 잔 해야지. 차가운 음식을 먹었더니 따듯한 라테가 생각났다. 그러다 곧 마음을 바꿔 또 시원한 베트남 커피를 시켰다.

차가운 음식에 차가운 커피를 에어컨 빵빵한 곳에서 마신 덕분인가. 집에 와서 잠깐 앉아있는 와중에 갑자기 몸이 처짐을 느낀다. 살짝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화장실을 갔지만 별다른 차도는 없다. 구역질까지는 아니지만 입에 자꾸 침이 고인다. 뭔가 모르게 속이 울렁울렁 거린다. 이게 뭘까?

어제부터 아이가 말했던 모든 증상을 내가 겪고 있다.

머리가 아픈 건 아닌데 안 아픈 것도 아니에요. (체하거나 더위를 먹었을 때 내가 느끼는 증상이다)

속이 울렁울렁거렸다가 괜찮아졌다가 해요. (지금 나도 딱 그 심정이다)

화장실을 가고 싶지는 않은데 배가 살살 아파요. (나도 수확 없이 화장실을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다)

어제부터 더위 먹은 증상을 보인 아이를 나무랐다. 미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아이는 본인이 겪는 증상이 뭔지도 모른 체 엄마의 핀잔만 잔뜩 받았다. 아이고 미안해!

갑자기 찾아온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을 안고 아이의 저녁만 겨우 차려주고 누워있다. 누워있는 지금도 울렁임이 가시질 않는다. 매일 글쓰기라는 약속을 지키려고 누워있는 와중에 핸드폰으로 이 글을 작성 중이다. 울렁울렁이기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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