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나는 빵헤이터
나는 빵을 싫어한다. 나를 아는 몇몇 지인들은 아니라 하지만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빵을 아예 안 먹는다는 건 아니다. 먹긴 먹지만 좋아한다고 말할 순 없고, 빵을 안 먹고 싶지는 않고. 여하튼 그렇다.
내가 빵을 싫어하는 이유는 빵을 다 먹고 난 후 때문이다. 아무리 맛있는 빵을 먹어도 거의 대부분의 빵은 느끼함을 남긴다. 나는 그 느끼함이 싫다. 그 느끼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의 힘을 빌리는 건 오산이다. 김치 아니면 라면국물 같은 음식 정도는 먹어줘야 괴로움이 가신다. 빵을 먹어 이미 배가 부른 와중에 라면을 먹기란 쉽지 않다. 먹은 빵이 소화가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그 괴로움에도 익숙해져보려 했지만 어떤 날은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 날도 있었다. 빵을 먹고 난 후폭풍에 대중이 없어 굳이 빵을 먹고 싶지 않게 되었다.
가끔은 진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크림빵의 조합이 나를 유혹한다. 하지만 커피가 식어버린 이후부터 시작되는 느끼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잠깐의 즐거움은 산산조각이 나고 그 이후 지속되는 건 끝없는 느끼함의 고통이다.
아무리 맛있는 빵이라도 나는 그 냄새가 싫다. 그래서 나는 백화점 지하 식품관이 싫다.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여러 가지 음식과 한데 섞여 풍겨오는 버터향과 다른 빵 냄새들이 어지럽다. 맛있게다라는 생각보다는 으아 이게 무슨 냄새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보기에 맛있어 보이는 빵도 있지만 대부분의 빵들은 누가 저걸 먹을까? 싶은 마음이다. 반질반질 예쁘게 윤이 나는 갖가지 빵들. 이게 빵이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엄청난 몇몇 화려한 빵들. 먹어보고 싶다 보다는 저 많은 빵들은 누가 다 먹으려나. 누가 이런 빵을 사 먹나 싶은 나이기 때문에 나는 빵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빵이라고 할 때 어디까지가 빵이고 어디까지가 빵이 아닌지에 대한 부분이다. 빵집에서 파는 모든 빵과 디저트들이 나에겐 그저 빵이지만 굳이 구분하자고 하면 케이크는 빵이 아니다. 케이크는 맛이 있다. 크림 부분이 많지 않은 케이크는 빵 부분과 과일 부분이 비슷한 비율이기 때문에 빵이라고 부를 순 없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제철 과일들로 만들어진 케이크는 물론 빵에서는 느낄 수 없는 뿐찐뿐찐하고 묵직한 질감이 좋다.
빵을 싫어한다고 해서 빵에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유명한 빵집들은 대충 알고 있다.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친구들이 알려주고, 인스타에 나오고, 맘카페에 정보가 넘쳐난다. 일단 맛있다고 하는 빵집 리스트들은 저장한다. 내가 먹지 않더라도 우리 집에 빵을 좋아하는 2명의 남자가 있고 주변에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한데 입을 모아 맛있다고 하는 빵들이 어떤 맛일까 당연히 궁금하기도 하다. 빵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궁금할 땐 먹어볼 수도 있지. 빵 좀 싫어한다고 끝까지 안 먹을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쨌든 유명한 빵집은 줄줄이 꿰고 웬만한 사람보다는 많은 빵집을 알고 있는 빵을 싫어하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사 먹는 빵들이 있다. 이런 빵집들을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유명한 빵집들을 찾아가 보고 싶다. 대한민국 3대 빵집부터 각 동네에 터줏대감 같은 곳들을 말이다. 빵헤이터로 시작한 이 글의 마무리엔 혹시 내가 빵 러버가 될 수도 있을까? 결말은 아직 그 누구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