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달리다 그만 미끄러지는 바람에
일주일에 주 5일 그러니까 평일에는 식단을 한다.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하루 3끼에 무엇을 먹었는지 모두 사진을 찍고 기록한다. 그럼 운동 선생님께서 피드백을 주신다. 아무래도 다 같이 하는 기록이다 보니 나 혼자 튀기 싫어서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최대한 식단에 맞춰 음식을 조절하고 있다.
문제는 주말이다. 이런 걸 소위 전문 용어로 '입 터졌다'라고 한다. 주말 이틀 동안 그동안 못 먹었던 아이스크림도 먹고 과자도 먹고 한다. 과한 간식이나 폭식까지는 아니어도 주중에 눈치 보여 잘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조금씩 섭취하는 거다.
이번 주말은 스케줄이 살짝 엉망이었다. 금요일에 다녀온 강원도 당일치기의 여파로 밤이 늦게 마무리되다 보니 아침이 늦게 시작되었다. 주말 아침 식사가 늦어지니 다른 식사들도 시간들이 애매해진다. 그런 이유로 점심을 늦은 시간에 대충 먹게 되었다. 대충 먹으니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에 눈치 없이 배가 고파온다. 다행히 집에 마땅히 먹을만한 주전부리가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참외가 보인다. 하나를 깎아 먹었더니 달다. 옆에서 보던 아이가 나도! 를 외친다. 하나를 더 깎아 아이에게 주면서 내입에도 조금 더 들어간다.
다시 한번 냉장고를 열어본다. 먹을 게 없는 걸 알지만 혹시 모르는 마음에서다. 그러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스트링치즈링 발견한다. 하나를 꺼내 껍질을 살짝 벗기고 전자레인지에 8초간 돌린다. 주욱주욱 길게 늘어나는 치즈를 질겅질겅 씹는다. 배가 많이 차지도 엄청난 칼로리를 소모한 것도 아니지만 평소에 간식을 거의 먹지 않아서 인지 괜히 배가 부른 것 같은 느낌이다. 약간의 포만감이 들자 정신이 퍼뜩 든다. 주말에 이러면 주중에 식단을 잘해도 도움이 안 되잖아. 그렇게 저녁은 먹지 말아야지 하는 그릇된 결론이 도출된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아직 배는 고프지 않다. 남편과 아이가 먹을 저녁만 간단히 차려낸다. 아이가 성당에서 받아온 식사에 가까운 간식이 있으니 부족하면 저걸로 버무리면 되겠지 싶다.
"여보는 저녁 안 먹어?"
"아까 참외랑 이것저것 먹었더니 생각이 없네. 오늘 일찍 자고 내일 일찍 일어나서 먹지 뭐."
그렇게 일요일 저녁 삼시세끼 미션이 끝이 나고 시간은 또 흘러 흘러 취침시간이 되었다. 아이는 이빨을 닦고 잘 준비를 하고 남편은 저녁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나도 누워 쉬려는데 갑자기 허기가 인다. 오늘 하루 해는 쨍쨍했지만 바람은 약간 쌀랑했다. 그래서인지 뭔가 따듯한 음식이 당긴다. 이 시간에 따끈한 국물을 먹을 수는 없고 갑자기 따끈한 감자튀김이 떠오른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했던가. 손이 이미 달리기 하러 나간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들어오는 길에 잘못 미끄러져서 롯데리아 감튀 사 올 수 있을까?"
5분간 고민을 하고 다시 문자를 보낸다.
"아니다. 너무 늦었다. 그냥 와요."
남편은 롯데리아 순서대기표만 덩그러니 메시지로 보낸다. 하. 이럴 땐 또 빠르다니까. 감자튀김 봉지를 넘겨주고 샤워를 하러 들어간 남편이 씻는 사이에 냠냠 순식간에 감자튀김이 사라진다. 바삭바삭 따끈한 감자튀김이 먹고 싶었는데 걸어오는 동안 찬바람에 식어버린 감자튀김이었다. 아내 먹인다고 굳이 롯데리아까지 달려가 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작은 부스러기까지 열심히 먹었다. 맛있게 먹으면 0 칼로리라는 전문용어를 마음속으로 열심히 되뇌며.
다음부터는 제시간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자. 밤 10시의 감자튀김은 맛은 있지만 마음이 조금은 불편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