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습이다.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내 곁을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 오늘 드디어 머릿속에 그려왔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한쪽 발로 땅을 디디고 다른 한쪽 발로 페달을 밟기 쉽게 자리 잡는다. 왼쪽 발로 슬쩍 땅을 밀어주고 오른쪽 발은 얼른 페달 위에 얹고 발을 구르기 시작한다. 아직 어설픈 구석이 있긴 하지만 첫날 자전거를 사 온 날에 비하면 눈부신 발전이다. 그간 아빠와 주말이면 나가 조금씩 연습을 하더니 아이는 결국 해내었다.
3월에 아이 앞으로 조금씩 저축한 돈으로 자전거를 샀다. 이전에는 자전거와 스쿠터가 모두 있었지만 국제이사를 하는 바람에 싼 값에 처분하고 오게 되었다. 자전거는 못해도 스쿠터는 사주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들로 2년이 지난 시간 동안 아이에게는 스쿠터도 없고 자전거도 없었다. 원래도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은 아니라 이번에 사는 자전거는 거의 처음 타는 자전거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전거 가게에서 아이 수준에 맞는 적당한 가격의 자전거를 골랐다. 또래에 비해 작은 체격의 아들이라 크기 선택이 애매했다. 지금 키에 맞게 사면 얼마 못 타게 될 수도 있다는 선택지와 오래 탈 수는 있지만 배우기에 좀 더 힘들 수는 있다는 선택지가 있었다. 가성비를 따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아이가 좀 더 키가 클 거라는 희망회로를 돌리며 우리는 두 번째 선택지를 최종 선택했다.
집에 오는 길은 초보가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지 않은 길이라 남편과 내가 번갈아 타며 왔다. 집에 와서 처음으로 아이에게 두 발 자전거를 가르쳤다. 예전 자전거는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였는데 아무래도 보조바퀴를 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두 발자전거를 가르치기로 했다.
아이는 자전거의 무게를 버티지 못했다. 발끝을 세우면 발이 땅에 닿아 넘어질 일이 없는데도 지레 겁을 먹고 힘을 빼버렸다. 그럼 자전거는 그대로 넘어지고 아이는 낑낑대고 징징댔다. 그렇게 바라던 자전거였는데 본인의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 넘어질까 봐 무섭지. 행복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던 아이의 얼굴에 우울과 짜증이 들어찼다. 남편과 나의 다른 주문사항도 아이의 머리를 더 어지럽게 했을 것 같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이번 자전거 배우기는 남편에게 일임하기로 했으니 내가 입을 닫기로 했다.
몇 번을 더 넘어지고 땀으로 이마 쪽 머리카락이 다 젖어 엉겨 붙은 다음에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열댓 번의 주말이 지나갔다.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남편의 이야기에 나는 우리 동네 이름과 함께 자전거 강습을 검색하게 되었다. 하루 속성코스로 10만 원대의 가격. 전문 강사진과 일대일 코칭은 물론 우리 동네 가까운 커다란 공원에서 진행된다. 남편도 덜 힘들고 아이에게도 나을 것 같은 마음에 결제화면을 남편에게 공유했더니 남편은 그 돈을 자기에게 주라고 한다. 거의 다 왔는데 강습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내심 미심쩍었지만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믿고 기다렸다. 그래도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방법은 잘 알려주고 있겠지. 우리 아이를 믿고 기다렸다. 조금 느릴 수 있지만 포기를 모르는 내 아이이니까. 그리고 오늘 아이는 내 앞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며 유유히 지나간다.
오늘 하늘은 무척 파랗고 미세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기온은 높았지만 바람이 시원해 자전거를 타기에 마침 적당한 오후였다. 덥다는 아이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느낀다. 코너를 도는 연습을 하다가 몇 번 넘어졌지만 징징대지 않고 다시 일어나 다시 돌 준비를 한다. 몇 달 사이 아이는 또 많이 자랐구나. 봄이 어느새 여름이 된 준비를 하는 것처럼. 앙상한 가지들이 그대로 보여주던 하늘을 지금은 파란 잎사귀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그 사이로 비치는 빛을 받으며 아이가 눈부시게 혼자 나아간다. 페달을 밟았다가 기다렸다가 자신만의 박자로 또 한 가지 미션을 성공시킨 아이가 참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