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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티 Oct 17. 2016

일본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담 2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세 번째 아르바이트는 세 살짜리 남자아이를 돌보는 일이었다. (베이비시터)

두 번째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네(유흥가)에서 스낵바를 운영하던 한국인 마마와 그 지역의 뒷 세계의 보스라는 일본인 남편분의 아이를 돌보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스낵바라는 곳이 밤에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보육원에 다녀온 아이를 저녁때 봐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는 분의 소개로 마마가 출근하기 전 저녁 5시 반 경에 집으로 가서, 함께 아이 저녁을 먹이고, 놀아주다가 재우는 일이었는데, 마마가 퇴근하는 1시경까지 그 집에서 기다리면 되는 일이었다. 


워낙에 아이를 좋아했고, 학교에 다니면서 일하기도 무척 편했다. 아이와 놀아주다 일찍 재우고 나면 시간도 남아서 내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살던 집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마마는 그다지 친절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하는 일에 비해 월급이 좋았고, 가끔씩 남편분께서 용돈을 주시기도 했다. (유학생이 참 애쓴다며, 아이를 잘 부탁한다며, 새해맞이 등의 이유로) 비가 오는 날은 가까운 거리임에도 택시를 타고 가라며 택시비를 받기도 했고, 어떤 날은 부하(?!)를 통해 배웅을 해주시기도 했다. (역시 보스의 포스는 여타 부하들과는 달랐다. 절대 그쪽 세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스라는 남편분은 엄청 신사적이었는데, 부하?! 의 모습은 일본 드라마에서 보는 야쿠자의 부하 중에 가장 아랫사람 같은.. 그런 느낌 었다. 말투도 딱 그쪽 말투여서 일본어에는 꽤 자신이 있었지만, 부하?! 의 말을 도대체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마마에게는 이전 남편과의 장남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한국어 학과를 준비 중이라며, 내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는데, 모르는 문제를 내게 물어오면 같이 문제집을 들여다보며 설명해주기도 했다.

세 살짜리 남자아이는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맞춰 정성을 들여 놀아주고, 자장가도 불러주며 애를 쓴 결과(?!) 곧 나를 따르게 되었고, 내가 방문하면 문 앞까지 마중을 나올 정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참 귀여워했는데.. 이 아르바이트도 오래가지 못했다. 


학비나 생활비 때문에 잠시도 아르바이트를 쉬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출근 직전에 마마에게 전화가 와서는 가족이 봐주기로 했다며 오늘부터 그만 와도 된다는 연락이었다. 당황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정말 제멋대로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아무나 겪지 못할, 또 다신 겪지 못할 경험을 했다.

(2016.10.18 // 싸이월드에서 아이 사진을 찾았는데, 여기에 올리기도 뭐해서 그냥 패스.)


급작스럽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되자 당장의 생활비가 어려워 집세를 드릴 수가 없어서 신세 지던 가족분들의 집에서 나오게 되었고, 내 사정을 딱히 여긴 교회 언니가 방 한편을 내줘서 아주 저렴하게 잠시 신세를 지게 되었다. 마음이 무겁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언니가 결혼을 하게 되어 난 또다시 집을 구해야 했는데, 그럴만한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기숙사가 있는 아르바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네 번째 야끼니꾸(고기) 집 아르바이트였다. 




세 번째가 조금 길어져서, 네 번째는 다음 편으로 넘겨야겠다. 

네 번째는 더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인생 최악의 기억과 최고의 추억이 함께하는 아르바이트였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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