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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림사지 5층석탑

by 마틸다 하나씨
정림사지 5층석탑 ⓒ 마틸다 하나씨



서기 18년

고요한 백제에

울려 퍼진

무겁고 맑은 소리


석공의

돌망치 소리


나는

혹시

백제의

석공이었을까


천년을 돌아

내 가슴에 꽂혀

쿵쾅거리는 소리


뭉탁한

아름다움이기도

하여라


아름다운

뭉탁함이기도

하여라


석탑 처마의

유려한 곡선이

날렵히

둥글려지며

나의 숨 막힘을

조각한다


뒤에서 석탑을 품어 안은

사찰의 모서리로부터

맞닿아 그어지는

똑똑한 선들과


찬찬히

비율을 맞추어

예민하게 내려앉은

오 층의

돌 날개까지


백제의 땅을

맞추고

백제의 하늘을

맞추는

금강비율은

기하학의

근사한 퍼즐이 된다


정교함에

어깨가 들썩이고

심장이 망치질하니


경이롭기도

하여라








하늘마저 숨 막히게 파랗던 겨울날의 정림사지



겨울바람이 참으로 상쾌하던 작년 겨울, 부여에 들러 정림 사지 5층석탑을 처음 마주했던 그 순간

미친 듯 쿵쾅대던 나의 심장

불타오른 백제 속에서 굳건히 버텨내어

오늘의 내 심장을 울려주어서였을까

그 수려한 불국사의 석가탑 다보탑보다도 더 했던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일 년이 가도 여운이 남는 그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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