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들의
소록한 기억이
밤의 은빛 갈대
흔들흔들 춤을 추듯
그네를 탄다
곱게 한복 차려입고
그네에 오른
팔십 노인의 기억이
치매라는 옷고름 휘날리며
그네를 탄다
좋았다가
슬펐다가
모호하게
변덕스럽게
스윙스윙
어제의 행복했던 순간은
투명한 입자에 갇혀
허공 속으로 숨어 버리고
오래전 슬펐던 날들만
짙은 먹구름 되어 떠있어
그네가 뒤로 오르면
기억도 잠시 눈을 뜨고
앞으로 오르면
이내 암흑이 깔리니
그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딸의 무드는
한 밤의 갈대처럼
스윙스윙
그럴지라도
여기엔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 주라
밤의 은빛 갈대는
슬퍼도 춤을 추고
망각의 먹구름은
반짝이는
은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으니
먹구름 끝자락
흩어져 내리는
은빛 가루를
고이 모아 살아 낸
갈대의 인생은
기억하진 못해도
기억되고 있으니
그 인생
어떠했다 해도
그로써
아름다웠으므로
은빛 갈대의
춤사위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박혀
흔들릴 것이므로
그러니
암흑 진 기억 속에도
희망이 없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