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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Oct 29. 2024

호박이 쏘아 올린 가훈(家訓)


호박이 쏘아 올린 가훈(家訓)


(이모네 집 호박 사진을 보던 어느 날

아들과의 대화)




엄마

우리는 가훈 안 붙여놔요?


가훈?

유언으로 무얼 남겨줄까는 생각해 봤어도…

그 그 액자에 서예 글씨로 쓴 거.

그런 거 붙여 놓자고 말하는 거야?


하하 그렇죠


가정교훈이라…

글쎄

너무 많아서

딱히 하나를 어떻게 정하나~

이럴 땐 가장 근원적인 것이 제일이지.


차카게 살자?

하면 된다?

어때? ㅎㅎ


아니지 엄마~

착한 것도 똑똑하면서 착해야 하고

하면 된다?

노노!

그냥 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는 살겠지

하지만 난 그런 성실함은 필요 없다 생각해


뭐라?

성실함이 그 모든 것 위에

가장 중요한 거야


에이 제발

라떼 엄마씨

생각을 깊게 해 보세요.

하루 종일 몸 고생만 하지 말고

머릿속 시뮬레이션 시간을 길게~

몸으로 끝내는 시간은 짧게~

비로소, 가장 효율적인 ‘하면 된다’가

이루어지는 거죠

짧고 굵고 확실하게! 콜?


아니 그러니까

그…그럼

너의 원픽은 뭔데?


난 말이야

아빠가 예전에 했던 그 말

그게 딱이야


“깨가 천 번 구를래

호박이 한 번 구를래 “


엄마 그냥

깨 한알 그리고

호박 한 덩이를 그려!

액자에 넣어서

여기 딱 걸어두자


그리고 요런 쪼까난 호박 말고

미국서 속 듬뿍 파내서 랜턴 만드는 호박 있잖아요. 기왕 구를 거 쩰 큰 놈으로다가 해야지. 이번에 한국 갈 때  큰 이모한테 그 호박씨 좀 사다 줘요!




뼛속부터 비지니스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아들이 가훈을 습득하면

이렇게 된다지?


나와는 초기값이 다른

아들의 사고방식은

위대한 가훈을 낳았고


큰 이모는 호박 사진을 쏘아 올렸을 뿐이고


끄덕 끄덕을 반복하던 엄마는

호박과 깨를 그릴뿐이고



아니 아니

저런 애기 호박들 말고


이거죠!

왼쪽 2열 첫 번째


이모 집에 이미 늙은 호박들도 있었다능~ 정말 없는게 없쪙


아들 어뜨케~ 이러케면 맘에 들엉?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지키는 가훈

아주 슬기롭다!


너의 호박 롤링을 기대한단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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