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네 집 호박 사진을 보던 어느 날
아들과의 대화)
엄마
우리는 가훈 안 붙여놔요?
가훈?
유언으로 무얼 남겨줄까는 생각해 봤어도…
그 그 액자에 서예 글씨로 쓴 거.
그런 거 붙여 놓자고 말하는 거야?
하하 그렇죠
가정교훈이라…
글쎄
너무 많아서
딱히 하나를 어떻게 정하나~
이럴 땐 가장 근원적인 것이 제일이지.
차카게 살자?
하면 된다?
어때? ㅎㅎ
아니지 엄마~
착한 것도 똑똑하면서 착해야 하고
하면 된다?
노노!
그냥 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는 살겠지
하지만 난 그런 성실함은 필요 없다 생각해
뭐라?
성실함이 그 모든 것 위에
가장 중요한 거야
에이 제발
라떼 엄마씨
생각을 깊게 해 보세요.
하루 종일 몸 고생만 하지 말고
머릿속 시뮬레이션 시간을 길게~
몸으로 끝내는 시간은 짧게~
비로소, 가장 효율적인 ‘하면 된다’가
이루어지는 거죠
짧고 굵고 확실하게! 콜?
아니 그러니까
그…그럼
너의 원픽은 뭔데?
난 말이야
아빠가 예전에 했던 그 말
그게 딱이야
엄마 그냥
깨 한알 그리고
호박 한 덩이를 그려!
액자에 넣어서
여기 딱 걸어두자
그리고 요런 쪼까난 호박 말고
미국서 속 듬뿍 파내서 랜턴 만드는 호박 있잖아요. 기왕 구를 거 쩰 큰 놈으로다가 해야지. 이번에 한국 갈 때 큰 이모한테 그 호박씨 좀 사다 줘요!
뼛속부터 비지니스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아들이 가훈을 습득하면
이렇게 된다지?
나와는 초기값이 다른
아들의 사고방식은
위대한 가훈을 낳았고
큰 이모는 호박 사진을 쏘아 올렸을 뿐이고
끄덕 끄덕을 반복하던 엄마는
호박과 깨를 그릴뿐이고
아니 아니
저런 애기 호박들 말고
이거죠!
왼쪽 2열 첫 번째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지키는 가훈
아주 슬기롭다!
너의 호박 롤링을 기대한단다. 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