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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Nov 19. 2024

은빛 무드 스윙스



은빛 무드 스윙스


젊은 날들의

소록한 기억이

밤의 은빛 갈대

흔들흔들 춤을 추듯

그네를 탄다


곱게 한복 차려입고

그네에 오른

팔십 노인의 기억이

치매라는 옷고름 휘날리며

그네를 탄다


좋았다가

슬펐다가

모호하게

변덕스럽게

스윙스윙

 

어제의 행복했던 순간은

투명한 입자에 갇혀

허공 속으로 숨어 버리고

오래전 슬펐던 날들만

짙은 먹구름 되어 떠있어


그네가 뒤로 오르면

기억도 잠시 눈을 뜨고

앞으로 오르면

이내 암흑이 깔리니


그 노인을

바라보는

젊은 딸의 무드는

한 밤의 갈대처럼

스윙스윙


그럴지라도


여기엔 희망이 없다고 말하지 말아 주라


밤의 은빛 갈대는

슬퍼도 춤을 추고

망각의 먹구름은

반짝이는

은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으니


먹구름 끝자락

흩어져 내리는

은빛 가루를

고이 모아 살아 낸

갈대의 인생은


기억하진 못해도

기억되고 있으니


그 인생

어떠했다 해도


그로써

아름다웠으므로


은빛 갈대의

춤사위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박혀

흔들릴 것이므로


그러니

암흑 진 기억 속에도

희망이 없다고는 말하지 말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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