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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Nov 05. 2024

단풍을 마주하며


단풍을 마주하며


단풍이 없던 나라에서 온 나는

눈부신 탄성이 오롯한

한국의 단풍을 마주하며


물들임의 의미를

음미한다


가을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의 법칙 속에서

운용되는 변화를


문득,

궁금했다


내가 사는 나라에도

선선한 낙엽 지는

가을은 오건만

어찌하여

단풍이 들지는 않는가


모든 가을에

반드시

단풍이 드는 법은 없다는 것을

그대도 아는가


아침의 온도와

오후의 햇빛과

공기가 머금은 물방울이

지휘하는 대로만

단풍이 물들여진 것은 아니었음을


초록잎이 스스로

엽록소를 분해하고

스스로를 물들여

빨강 노랑 단풍이 되었다는 사실을


각자가 스스로에게 충실하였을 때

비로소

빛깔 가진 가을은 왔음을



단풍이 들 때로구나 하면

우리의 가을에도

나의 소망과 수고를 따라

남편은 빨간 단풍잎으로

아이들은 노란 은행잎으로

내가 지정한 그 빛깔의 가을이

당연히 오는 줄만 알았다


그런 법은 없었다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 있고

물들일 수 있는

단 하나의 법칙은

나 자신에게만

머무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애쓴,


한국의 단풍은

모자람 없이 온전한 색들로

채운 가을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홍엽(紅葉)과 청엽(靑葉)이 스스로를 되새기는 가을
눈부시게 아름답다…한국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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