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단 붉은 돌멩이
산 봉우리 콩콩
튀어 오르더니
산등성 미끄럼틀 타고
안부(鞍部)까지 데구루루
개구쟁이 붉은 돌멩이 뛰노는
해저물 녘
산세(山勢) 놀이터
그 형세 가만 보니
올곧게 다문
여인의 입술처럼도
생겼나 보다
붉은 돌멩이
가슴에 그득 쌓여
굳게 앙다문
종갓집 맏며느리 입술마냥
생겼나 보다
그 여인
두 눈만 꿈뻑이며
지글지글
붉은 돌
바라봤겠지
여인 곁에
순둥한 눈 꿈뻑 꿈뻑
말없이 따라 앉은 아기 백구
쓰읍씁 바닥을 쓰는
꼬리가 살랑댄다
꼬리 단 붉은 돌멩이 녀석
백구 흉내 낸다고
쓰읍씁 강물 위를
살랑대거든
어쩔 수 없는
붉은 미소
속절없이
터져 나오네
60년쯤 살아보면
알게 될까
인생의 초저녁 놀이터를
우여곡절
고된 날들
사무친 눈물 방울
붉은빛 그렁대는
강물 같았어도
돌아보면
그저
산마루 팔베개한
노을빛 같았단 것을
붉은 돌멩이
강물 속으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노래 부르고
“들어와 밥 먹어라”
소리 들릴 때까지
땀나게 한바탕
신나게 한바탕
산세 놀이터
뛰놀다가면 된다는 것을
그 비밀
곱게 빻은
석양가루 주워 담으러 온
달님은 알고 있겠지
십오 년은 더 살아봐야
나도 알까
종갓집 맏며느리
울 언니의
산세 놀이터 비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