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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Feb 28. 2024

봄이 자란다

뒤끝 있는 겨울 덕분에 바람이 매섭습니다.
실내에 머무를 줄 알고 얇은 외투를 걸쳤는데
이게 뭔 일.. 갑자기 시린 벌판 같은 곳에
서 있게 됐습니다.

아이는 추위 따위는 던져버리고
3층짜리 높이의 그네에 매달립니다.
찰칵. 예쁜 사진 한 장 찍어줍니다.
앗, 그러나 그 속에 겨울은 안 보입니다.
제 손은 감각을 잃기 직전인데 말이죠.

그러다 나무에 눈길이 갑니다.
아마 나뭇잎 한 장도 안 걸친 모습에
절로 한기를 느껴서였을 겁니다.
가까이 가봅니다.

작은 알맹이가 보입니다.
아!  벌써 봄이 여기저기, 나무에도
생명을 심어두었더군요.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싶었지만
다칠까 봐 그만둡니다.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 여러 장 찍습니다.
예뻐라~

어느새 아이가 옆에 와있습니다.
ㅡ 엄마 뭐해요?
ㅡ 봄이 오는 걸 사진으로 남기려고.
ㅡ 봄? 여기에도 있는데.
하며 제게 보여줍니다.
손안에는 작년에 매화 꽃잎을 말려서
코팅한 책갈피가 있습니다.
봄을 간직한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는 늘 봄과 함께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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