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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Sep 02. 2024

[오늘의 문장 : 가을이 매일 한 뼘씩 길어지고 있다]

창을 열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초록으로 물든 앞산, 밤새 느릿느릿 산을 타고 넘어온 구름이 그 언저리에 지친 몸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한번 더 깊게, 폐포 하나하나의 감각을 깨우듯이 들이마셨다. 이제는 공기에 풀내가 서려 있지 않았다. 대신 눅눅한 나무껍질에서 피어오른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여름은 맹렬히 끓어올라 끝없이 솟구치는 듯하다가 한순간 날개를 접고 낙엽 더미로 추락하는 새 같았다. 이제 더는 날아오를 까닭이 없음일까. 의연히 접힌 날개깃에는 한여름에 품었던 바람 한 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낙엽에 싸여 그 추락의 끝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고 짐작할 뿐.

조금씩 창문이 닫히고 옷은 두터워진다.
가을이 매일 한 뼘씩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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