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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말로 Dec 03. 2024

" 나의 아저씨 "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으려나

2018년 3월, 중국에서 대학교를 다닐 당시에 "나의 아저씨"가 첫 방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그날 아침, 오후 수업을 듣고 기숙사 방으로 들어와 노트북으로 바로 시청을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이유 팬클럽인 유애나 중에 한 명이었어서 최애 연예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라길래 첫 방영하는 날까지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당시 드라마가 나오기도 전에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던 걸로 기억한다. 제목이 나의 아저씨여서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의 이상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가 아니냐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하물며 방영 취소하라는 말들도 많았다. 내 최애 연예인을 질타하는 댓글들도 많았다.  드라마가 나오기도 전에 저런 말들을 내뱉으니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몇 화를 방영하고 얼마 안 가 그런 분위기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방영을 하기도 전에 비난을 했던 사람들이 주장한 내용들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였다.

상처가 깊은 젊은 사람이 진정한 어른을 만나게 되고, 그 후 점점 세상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 어른은 젊은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해 나간다. 오로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감정 교류를 통한 여러 치유의 과정들을 그려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 사람으로 치유한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해외에 있으면서도 첫 방영날부터 최종화까지 나는 꾸준히 다 챙겨봤다. 매번 다음화가 나오는 그 일주일들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나의 아저씨 하는 날이면 약속도 잡지 않고 수업만 금방 듣고 바로 기숙사로 가기 바빴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거 없이 예술이었다.

그냥 정말로 대한민국 현실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듯한 평범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연기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해외 생활에서 오는 불안감들이 쌓여가던 때라 덩달아 나도 치유를 받는 느낌이 상당했다.

저런 어른을 만나고 싶다와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같이 했다.


당시에는 거의 나만 보다시피 했다. 물론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유 팬심 덕분에 보게 된 거지만 매화 보면 볼수록 이거 내용이 진짜 진국이구나 싶었다.

강의실만 가면 동기들에게 이 드라마를 열심히 홍보하기 바빴다. 진짜 안 보면 후회한다라는 말을 엄청 했었다. 처음 나올 당시에는 인기가 적었지만 사람들의 여러 입김이 작용했는지 시간 지나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게 되고 인생드라마라고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니 왠지 내가 내심 뿌듯했다.


20대 초반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는 여러 경험이 부족했을 당시였어서 와닿는 내용들이 적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여러 장면들과 대사에 공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나중 가서 30대 중반, 40대 그리고 50대에는 어느 장면들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공감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만큼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냐에 따라 후에 가서 보는 관점은 천차만별이겠지만...


“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 중에 하나이다.

극 중 박동훈 ( 이선균 )이 이지안 ( 아이유 )에게 넌지시 던지는 위로의 말인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이지만 인생 경험에서 묻어 나온 근엄함

자리 잡은 참 어른의 말인 듯하다. 과거에 집착을 오래 한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를 위로해 주는 최고의 명대사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 최종화에서는 상처가 깊었던 지안이 결국에는 온전한 본인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동훈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그 마지막 클라이맥스 씬에서 동훈이 지안에게 하는 말이 정말 인상 깊다.

“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


나에게 있어서 편안함에 이른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지금처럼 글을 쓰는 순간이나 사진을 찍는 순간들이 영원한 편안함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편안함을 이르게 만드는 시간들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그때의 상처 있는 과거 속 트라우마들을 온전히 마주하고 게워내는 지금이 편안함에 이르고 있는 과정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과오와 상처를 마주한 만큼 남들의 상처를 바라봐주고 보듬어 주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거 같다.


몇 년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드라마는 언제나 다양한 대사와 장면들로 우리에게 위로를 해 주는 것 같다. 아마 한국 드라마 역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되기 위한 매일 하루하루 다양한 여정을 보내고 있을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있어서 한 명의 나의 아저씨가 되어줄 수도 있을 미래를 그리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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