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감싸줄 수 있는 사람
나의 아픔을 감싸주어야 다른 이의 아픔도 감싸줄 수 있다
최근 가까워진 어떤 형이랑 단둘이 연애 관련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소개팅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형이 근래에 소개팅을 하셨는데 그날 상대방이랑 점심에 만나서 대화를 하는데 전체적인 모든 면이 안 맞는 사람이라서 커피만 마시고 나오셨다고 한다. 만나서 이야기 나누다 보니 전 여자친구가 문득 생각이 났다고 하는데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 전 여자친구랑 워낙 잘 맞았어서 그런지 정말 안 맞는 사람이랑 대화 나누다 보니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 다음 나에게 해준 말이 무척이나 와닿았다.
누구 한 명 잊겠다고 사람 만나게 되면 본인 스스로 더욱 격한 감정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그 말에 정말 심히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형에게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에 관해서 물어봤다. 그 형은 내면에 아픔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 본인이 상대방의 상처를 감싸주고 싶다고 하시는데 옛날 나의 모습이 잠깐 떠올랐다.
나도 2년 전쯤에는 상대방이 내면의 깊은 상처가 있어도 전부 보듬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넘쳐흐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자신만만했던 거 같다. 나도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이지만 상대방을 온전히 다 감싸줄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빠진 상태로 연애를 했다가 정말 감정적으로 상당히 고생을 했었다. 2년 전 20대 초반 때 만난 내 인생 첫사랑과의 연애가 그러했다. 물론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진정한 첫사랑이었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애를 했었기에 임팩트가 강렬했다. 그래서 그런지 성장통까지 합쳐진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상태로 그 사람을 만났었다. 그 연애 이후로 1년 뒤에 첫사랑 그녀를 잊었다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다가 얼마 안 가 헤어지게 된 일도 있었다. 첫사랑을 완벽히 잊은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뒤에 만난 그 상대방은 정말 결혼을 하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람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근 2년 동안 이런저런 자책과 후회를 반복했다 보니 내 마인드와 연애를 바라보는 가치관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도 마음이 온전치 못한데 누군가의 상처를 어떻게 보듬어 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그만큼 또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라고 늘 스스로 자각을 하면서 연애를 두려워한다. 혹여나 또 다른 사람을 만났다가 과거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나 자신을 못 믿는 게 가장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도 다양해지고 여러 가치관들이 정립되다 보니 오히려 자신감이 전 보다 낮아진 것 같다. 어찌 보면 뒤도 안 돌아보는 자신감 넘치던 2년 전이 진정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시절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의 연애는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정말 순탄치만은 않았었다. 좋게 말하면 연애 경험을 다양하게 했구나라며 위안을 삼지만 그때의 나는 스스로에 대한 착각을 하며 연애를 했었다. 그 당시에도 정신과를 매번 다녔지만 제대로 된 사람 한 명 만나면 전부 좋아지겠다는 안일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전적으로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차 있었다.
연애했던 상대방들은 내가 내뿜는 편안한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나의 마음 상태는 전혀 편안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애할 때는 내가 몰랐던 나의 또 다른 모습과 분위기가 튀어나오는 것인지 가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의아하긴 했었다.
연애에 대해 지금은 경험이 쌓였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꺾인 것일지도 모른다. 설렘과 낭만을 정말 좋아하면서도 전만큼의 에너지는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머리 꽉 쥐어 잡고 정신 차리자는 생각으로 산다.
사랑의 아픔은 언제나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앞으로의 사랑을 무작정 회피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아픔을 먼저 잘 감싸줘야 다른 이의 아픔을 더욱 잘 감싸줄 수 있다는 말을 머릿속에 되새기며 마음을 다 잡으려 한다.
마음의 준비는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본인 스스로 마음을 잘 다스리고 있을 때가 비로소 진정 누군가를 만날 준비를 마친 타이밍에 접어든 것이 아닐까 라는 나름의 생각정리를 해본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 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사랑을 더욱 신중하고 깊게 바라봐야겠다는 생각 또한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