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덩어리였던 반지
정말 사랑만을 위해 맞춘 반지들이었는가
나는 평소 왼손 중지에 반지 하나를 끼고 다닌다.
무슨 별 의미가 있어서 끼는 것은 아니고 좋아하는 가수의 팬클럽 굿즈 반지인데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안 끼면 손가락이 허전하다는 느낌을 상당히 받아서 꼭 잊지 않고 끼고 다닌다. 지금은 단순한 만족을 느끼며 끼고 다니지만 그전에 나에게 있어서 반지라는 물건은 결핍으로 인한 수많은 욕구가 가득 담긴 집약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그런 욕구가 가득 찬 반지들을 전부터 왼손 약지에 여러 번 끼고 다녔었다.
바로 커플링.
지금은 비어있고 조용한 왼손 약지이지만 예전부터 누군가와 연애를 할 때마다 커플링을 맞춰 끼우고 다녔다. 돌이켜보면 연애를 할 때마다 맞췄던 반지만 해도 총 네 개. 전부 다른 상대방들과 맞췄던 반지였기에 각자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고, 맞춘 곳도 다양했다. 공방에 가서 직접 만들어 맞춘 반지 세 개, 주얼리숍에서 구입해 맞춘 반지 한 개.
반지를 끼웠다해서 오래 연애를 한 것도 아니었다.
나는 항상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안 가 커플링을 맞추고 싶어 안달이었다. 물론 그 상대방들도 흔쾌히 맞추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유일하게 주얼리 숍에 가서 구입해 맞췄던 반지는 공방에서 만들었던 반지들과는 다르게 가격은 좀 더 비쌌을지는 모르지만 그 반지는 성인이 되고 만난 인생 첫사랑과 맞췄던 반지였어서 별 신경 안 쓰고 구입했었다.
당시 주얼리숍을 가서 반지를 살 때 내 통장에는 40만 원밖에 없었다. 그 커플링 반지 두 개 총합해서 37만 원이 나왔는데 돈도 없으면서 자신감 있게 카드를 긁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공방 가서 만든 반지들은 최대 1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래서 똑같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어도 만족하며 맞췄던 기억이 난다. 물론 반지들 전부 무지성으로 억지로 맞춘 것은 절대 아니었다. 전부 진심으로 좋아했던 사람들과 맞췄던 반지들이었다.
후에 돌이켜보니 왜 그렇게 반지를 맞추고 싶어 안달이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과거를 돌아봤다. 당시에 나는 상대방을 본인의 소유로 만들고 싶다는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욕구가 튀어나와서 커플링을 지속적으로 원하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를 격하게 좋아하게 되는 순간 나의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집착과 소유욕, 이 두 가지가 결합된 마음의 불안정을 반지라는 물건을 통해 해소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반지를 끼게 되는 순간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다라는 안정감을 가지게 되고 나의 불안들을 잠재우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남들에게 지금 내 옆에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갈망도 있었기에 더욱 집착을 한 거 같다.
나는 2년 전에는 의처증 직전까지 도달할 만큼 심각한 수준의 사람이었다. 의심과 집착을 행동으로서 드러내지는 않았어도 뒤에서는 속으로 혼자 전전긍긍하며 불안해했었다. 분위기와 말투에서 나의 불안이 드러날 때도 많았다. 정말 나와 결이 안 맞는다고 느껴질 때 생기는 불안은 당연한 불안이었다고는 생각하지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만들어낸 불안들이 더욱 많았었다. 그만큼 나만의 울타리에만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본심들이 가득했다.
나는 애정결핍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건만 아니었다. 소유욕, 집착 그런 부분들을 연애할 당시에는 당연한 거겠지라며 별생각을 안 했었는데 후에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크나큰 욕망의 덩어리였구나를 깨달았다. 그 몇 년 전, 내가 꼈던 반지들은 단순히 사랑만을 위해 꼈던 반지들이 아니라 그저 혼자만의 갈망과 욕구들을 해소하기 위함이 첫 번째인 오로지 나의 안정감만을 바라서 꼈던 반지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 욕망들을 벗어나 다르게 바라보고 다짐하고자 한다.
전처럼 나의 욕구 해소를 위한 도구를 맞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진정한 사랑만이 담긴 집약체로 맞출 것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