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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말로 Nov 29. 2024

슈퍼히어로가 주는 낭만

맘 속에는 아직 슈퍼히어로가 남아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다. 장래희망에는 대통령이나 연예인 같은 직업이 아닌 무조건 슈퍼히어로들을 적었었다. 유치원 때부터 항상 부모님이 사오시는 비디오 테이프를 티비에 삽입하여 자주 시청하고는 했다. 그 각진 비디오와 cd 패키지에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 배트맨이라는 글자만 적혀있어도 정말 행복했다.


맨 처음 접한 슈퍼히어로 영화는 배우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이었다. 그 시대 때 상상도 못 했던 어마어마한 CG로 만들어진 스파이더맨을 어린 나이에 두 눈으로 보았으니 얼마나 충격적이면서 놀라웠는지 모른다. 소니가 만들었던 스파이더맨 1,2,3부터 시작해 마블, DC 안 가리고 여태 나온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들을 빠지지 않고 전부 감상했다. 20세기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기 이전 나왔던 그 옛날 엑스맨 영화라던지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 라던지 이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가끔씩 어린 시절의 낭만을 추억하게 해주고 지금의 나에게도 그 죽어가는 낭만을 일깨워주는 단비 같은 존재이다. 영화 특유의 그 웅장함을 느낄 때마다 잠시나마 꺼져있던 자신감이 올라오는 것 같다. 단순히 재미로만 봐도 무관하지만 영화를 볼 때마다 이입을 자주 하는 나로선 그 분위기, 장면 하나하나에 수많은 감정들이 오고 가기에 슈퍼히어로 영화의 특성상 연약했던 주인공이 여러 성장과정을 겪고 끝에 가서 최고의 정점을 찍는다는 이야기들은 현실 속 나에게 충분히 많은 자극을 주는 기폭제이나 다름이 없다.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나의 초중고에서부터 대학교 시절을 함께했기에 많이 애틋하다. 2012년 초등학교 갓 졸업했던 때와 2014년 중학생 시절, 아버지랑 단 둘이 영화관을 가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두 영화 전부 마블 영화였다. 하나는 어벤저스 1, 하나는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저였는데 프게도 아버지는 그 영화들을 볼 때마다 얼마 안 가 주무셨다. 그런 빵빵 터지고 시끄러운 액션신에서 조차 아버지는 꿀잠 주무시고 영화가 끝날 때쯤 일어나셔서 아 잘 봤다 하며 넌지시 웃으셨다. 그래도 마블 영화만 생각하면 첫 번째로 기억나는 것이 아버지와 같이 영화관을 간 것이기에 많이 애틋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친구들과도 방학 때마다 한국을 와서 보았던 것이 마블 영화들이었다. 다음 편 스토리는 어떻게 나올까 하면서 다 같이 유추해 보고 설레했던 시절들이 가득했다.


나는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혼영을 자주 했다. 당시 극장에서 개봉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마블 아니면 DC 코믹스 영화들이었기에 혼자만 가서 봐도 충분했다.

혼자 보고 나와서 친구들 단톡방에 후기를 자주 남겼었다. 그때는 단톡방에서 많이 떠들었던 주제 중 하나가 단연코 마블이었다. DC 코믹스 영화들은 유독 나만 자주 봤던 기억이 난다. 마블의 최고 전성기였던 엔드게임을 중국에서 봤었는데 자막은 당연히 중국어로 나와서 대강 어렴풋이 내용을 이해하며 볼 수 있었다. 그때는 같이 유학하는 이란에서 온 친구랑 봤었는데 둘 다 아이언맨 죽을 때 눈물 펑펑 흘렸었다.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 영화들의 인기가 점점 식어가면서 히어로물을 꼬박꼬박 챙겨보는 사람도 이제는 드물어졌다. 그래도 가끔씩은 예전 그 영화들을 다시 찾아서 보게 될 때가 많다.

히어로물의 특징과 매력들이 머릿속에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어서 그런 듯하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매력은 본인의 상징성이 담긴 슈트나 어느 물건 뒤에 가려진 한 “ 사람 ”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월적인 힘을 가진 인물들의 내면적인 성장을 중요시 여기며 많은 교훈들을 전달해 준다. 각 캐릭터마다의 줏대 즉 가치관들이 다르고, 그런 다양한 인물들이 충돌하는 몇몇의 이야기들도 매력적이게 다가온다. 간혹 다크나이트의 조커, 엔드게임에서의 타노스같이 빌런들의 가치관이나 스토리들도 히어로들만큼이나 매력적이어서 보는 맛이 두 배이다. 어렸을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되고 시간이 지나 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지는 영화 장르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대사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와닿을 때도 많고, 몇몇 장면들에서 깊게 공감을 하고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몸은 컸지만 잊고 살았던 많은 추억들을 상기시켜 주기에 또 봐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요즘은 치열한 현실을 달려 나가면서 예전만큼이나 자신감과 자존감이 샘솟지 않을 때가 많다.

원대한 꿈을 바라왔던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며 잦은 시행착오를 겪고 뼈 아픈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그 꿈의 기대를 낮추거나 저버리는 일들이 많다. 그 아이 중에 나도 포함일 것이다. 전처럼 희망이 넘쳐흘렀던 본인의 모습을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수많은 히어로들의 초반 모습들이 여전히 내 모습 같기도 하다. 아직은 배울게 많고 경험할 것이 많고 깨달을 것이 많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어

내면의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깨울만한 의욕이 점차 낮아지는 듯하다. 그래서 가끔은 열정이라도 다시 불지피기 위해 그 히어로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스토리상 뻔해 보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어려운 그런 낭만적이고 희망찬 스토리들을 내심 바라는 마음이 있기에 더욱 이 인물들의 이야기가 와닿는 것 같다.


그나마 이 히어로들이 아직은 마음 깊이 남아있어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힘들 때마다 잠시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이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인생에서 빠질 수가 없다. 앞으로 내 인생 스토리 전개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이 들처럼 희망찬 결말로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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