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극심했던 2018년 대학교 때부터 몇 글자씩 적어왔다.
아이패드와 핸드폰 메모장에 적혀있는 글들만 총합해서 900개 정도 있다. 우울증이 극심했던 2018년 대학교 때부터 몇 글자씩 적어왔다. 글쓰기를 어쩌다가 하게 됐는지도 기억이 잘나지 않는다. 그냥 하루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쓰다가 취미까지 이어지게 된 듯하다.
예전에 썼던 글들은 많이 다크 했다. 우울에 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았다. 지금처럼 소재를 다양하게 다루지도 않았다. ( 물론 아직도 글쓰기 실력이 한참이나 부족하긴 하지만. ) 당시에도 솔직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어서 SNS에 올렸었다. 지금 보면 너무 형편없는 글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웃프게도 이 글들이 지금의 나를 위로해 주고 있다.
20대 초반과 중반을 넘어 또 다른 불안과 걱정이 넘쳐나는 나이에 진입을 했다 보니 다시 그때처럼 몇 번은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 불안이 더욱 극심해질 때가 많기도 하다. 성격이 워낙 예민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우울과 불안은 항상 비슷하구나도 많이 느끼게 된다. 옛날에 내가 적은 글로 지금의 나 자신이 위로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해 준다라…과거의 나에게 고맙다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이러니하지만 그래도 그때부터 다양한 글들을 적어온 게 어딘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맙다 과거의 나야 힘이 된다.
오늘 옛날에 적었던 글 중에 그나마 마음에 들고 위로를 받는 글을 가지고 와봤다. 3년 전 글이다. ( 글쓰기 실력이나 문맥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제목: 너무 깊게 도망쳤나요.
가끔씩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부끄러워서가 아닌 정말로 어딘가로 도망가서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을 뿐입니다.
어쩌면 여기가 쥐구멍 같을 때가 있습니다.
한참을 도망쳐서 더 깊숙이 숨었지만,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서 숨을 곳조차 없을 때가 있습니다. 들어가고 숨는 건 참 쉬운데, 빠져나올 구멍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숨는 건 대책이라도 있을 때가 있지만,
빠져나올 때의 대책은 마련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주춤하며 끝까지 숨을 곳을 찾아 도망가야 할지 아니면, 지금 당장 대책이라도 없이 빠져나와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지금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지만, 도망가는 느낌을
더 즐기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끝까지 도망가 있을 수는 없겠죠?
너무 깊게 들어와서 빛이 강하게 들어오지는 않지만, 실 만한 빛은 들어오네요. 다시 저 밖으로 나가보려 준비해야겠습니다. 저 밝은 곳이 나를 다시 맞이해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나는 그동안 길고 길었던 도망의 끝을 준비하고, 다시 출발하려 합니다. 저 밝은 곳을 향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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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9일 아마도 집에서
이 글을 보고 어떤 감정이 드셨을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혹여 위로가 되셨다면 다행입니다.
오늘 저의 하루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