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3박 4일 홀로 여행 2일차

신주쿠에서 가와구치코까지

by 낭말로

5월 21일 홀로 도쿄 여행 이틀 차, 아침 7시 반에 일어났다. 후지산을 찍기 위해 가와구치코로 가는 고속버스를 타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신주쿠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침 9시 5분에 출발하는 버스였다. 사실 좀 많이 긴장을 했다. 중국 유학할 때는 참 그 나라 대중교통을 잘 타고 다녔던 거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난 탓인지 살짝 의기소침 해졌다. 그래도 어려운 건 전혀 없었다. 그냥 한국에서 예약한 티켓 QR코드만 보여주면 그만이었다. 신주쿠에서 가와구치코 까지 대략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시간은 상관이 없었다. 몇년 전에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커피농장을 가기 위해 서울에서 충북을 자주 왔다 갔다 했었다. 서울에서 충북 음성까지 가는 시간이 대략 비슷했다.

버스 터미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하나 구입했다. 왜 이날 배가 그렇게 고팠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맛은 그저 그랬지만 배라도 잘 채운 느낌으로 폭풍 흡입을 했다. 버스 타기 전에 어느 중국 분께서 버스 티켓을 잘 읽지 못하셨는지 안내원분께 여러 가지를 여쭤보시는 듯 보였다. 나도 혹여나 싶어서 티켓을 안내원분께 보여드렸다. 그러고 나서 안내원분께서 친절히 이 티켓이 맞다고 설명하시고는 옆에 중국 분께 내 티켓을 보여주며 QR코드에 대해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셨다.

버스를 타는데 한국인은 나만 유일한 듯했다. 대부분은 중국인 관광객분들이었고, 서양분들도 몇 분 이 버스에 타신 듯했다. 엄청 맨 끝 자리였는데 화장실도 있고 나름 쾌적했다. 아침에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셔서 잠은 올까 싶었는데 잠이 아주 잘 왔다.

마치 양평 가는 길 같아서 정겨웠다.

아침에 차가 좀 막히는 바람에 시간이 좀 더 걸려서 11시쯤 도착을 했다.

가와구치코에 도착하고 버스 터미널 왼쪽에 바로 옆에 위치한 자전거 샵을 갔다.

전기 자전거를 빌리고 가와구치코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대략 3시간 정도 빌리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사진도 찍고 이래야 해서 혹시 몰라 4시간을 대여하기로 했다.

줄을 서는데 조금 걱정을 했다. 관광객이 많아서 전기 자전거가 없을까 봐.

대강 한국 돈 15000원이면 3시간을 대여할 수 있었다. 현금만 가능했다. 그냥 자전거도 있었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 거 같아서 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짜 체격 좋은 서양분들이 그냥 자전거를 빌리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리스펙트 했다.

간만에 자전거를 탔다. 많이 설레었다. 후지산 주변으로 한 바퀴 전체를 돌기엔 무리일 듯싶어서 유명한 공원들 쪽만 들리기로 했다.

핸드폰으로 구글맵 네비를 키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서울에서도 따릉이 한 번 탄 적이 없어서 그런지 핸드폰을 거치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가사키 공원을 찍고 코스 마지막 오이시공원까지 찍었다. 두 곳을 돌면서 중간에 담배 한 대 피우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달리고를 반복했다. 대강 한 시간 반 걸린듯싶다. 그러고 나서 시모요시다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돌렸다. 시모요시다를 가는 길에 엄청 긴 터널이 나왔는데 그곳 달릴 때 얼마나 기분 상쾌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물론 시모요시다에서 다시 가와구치코 갈 때는 개고생을 했지만...

사실 이번 후지산 사진은 망했다ㅠㅠ 신주쿠로 다시 와서 사진들을 확인해 보니 새로 산 렌즈 안쪽이 조금 흠집이 나서 그런지 후지산 사진을 죄다 망쳐버렸다. 그래서 그나마 다른 렌즈로 찍은 사진 저거 하나 남았다. 총 4시간을 자전거 타고 왔다 갔다 하며 돌아다닌 게 대체 뭐였나 싶었지만 그래도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기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좋았기에 그냥 눈으로 남겨두고 겨울에 다시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도 자전거 타고 돌면서 몇 장은 건진 듯하다.

시모요시다에서 가와구치코로 돌아올 때 전속력을 밟았다. 4km~5km 되는 거리였는데 전기 자전거로 오르막도 타고 이래야 해서 참 힘들었다. 돌아가는 길이 자전거로 돌아다니기엔 조금 위험하기도 했다. 중간에 도착까지 얼마 안 남기고 발로 페달을 잘못 밟고 넘어졌다. 그나마 아버지 유전 덕분인지 몰라도 낙법을 제대로 해서 상처는 덜했다. 반대편에 어느 외국인 분께서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좀 쪽팔려서 웃는 얼굴로 아 정말 괜찮아요 하고 다시 달렸다.

오후 2시 40분 신주쿠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돌아가는 버스에는 사람이 정말 없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그냥 내 앞에 외국인 커플 두 분뿐이었다. 나름 맘 편하게 신주쿠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고속 터미널 옆에 풍경을 좀 담았다.

저녁에는 인생 처음으로 일본 라멘집에서 주문도 하며 도전을 해봤다. 호텔 근처인데 구글 4.3 라멘집이 있는 게 아닌가! 들어가기 전부터 서성거리긴 했다. ( 소심하기 짝이 없다. ) 들어가자마자 버튼식 주문 기계 보고 좀 긴장이 되긴 했지만 사진도 붙어 있고 해서 잘 주문했다. 로컬 맛집이었다. 퇴근하고 온 직장인 분들이 계속 자리를 채우셨다. 공간이 협소하지만 회전율이 굉장히 좋았다. ( 아마 대부분의 라멘집 특성이기도 할 것이다. ) 살짝 긴장해서 얼버무리는데 사장님께서 너무 친절하시게 조곤조곤 말씀하시고는 현란한 스킬을 쓰시고 후딱 두 메뉴를 만드셨다. ( 사실 사장님 말이 조용하셔서 잘 안 들렸다. 그냥 나는 오로지 하이!라고만... 가장 잘 들렸던 말은 스파이씨? 미디엄? 이거 ) 탄탄면 맛집인 듯해서 왔는데 어우 어찌나 맛나던지... 국물 들어간 마라 탄탄면 꼭 드셔보셨으면 한다. 사이드로 먹기 좋은 차슈 덮밥도 맛있었다. 그리고 나마비루 주시는데 역시 일본 생맥은... 더 이상 말 안 하겠다. 다 먹고 혼또니 우마이 데스하면서 두 손 들고 따봉 해드리고 왔다. 사장님 굉장히 인자하게 웃으셨다. 일본 오면 들러보시길. 다른 시그니처 라멘도 많은듯하다.


맛나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진들을 보고 좀 마음이 참담했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자는 생각으로 다음 날 여행을 준비했다.

https://brunch.co.kr/@nangmalro/8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