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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마라톤에서 얻고 싶은게 뭐야?

2025년 로마에서 달리는 첫풀마라톤, 부끄러움을 고백하다.


“로마 언니와의 짧은 대화가 내 안의 진짜 마라톤 이야기를 깨웠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나에게,

로마언니 민주는 2025년 로마마라톤을 꼭 뛰어보자고 했다.

이탈리아의 희년도 모르고, 국제마라톤 경험도 없고, 고작 하프마라톤 완주 한 번이 전부인

내가 아이 둘을 데리고 로마행을 결심한 이야기다.




로마마라톤?

가만 생각해보니, 강박증이 있는 서원이가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하게 될 멋진 구실 같았다.

더군다나, 서원이는 로마에 사는 이안이 형을 너무 좋아하니까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로마에서 이안이 형을 만나면

서원이에게 멋진 하루로(= 이안이 형) 직접적인 만남으로 외국어에 관심을 가지고, 가슴에 히어로를 품고 살게 되지 않을까?

그러기엔 비행기값에 숙소값에 아이 둘까지!!! 천만원의 비용이 날라가지만, 그 비용보다 얻는게 많을 것 같았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고, 뜻밖에도 남편이 허락을 해주었다.


로마가는 비행기 티켓을 발권하고, 1월 4일 로마언니 민주와 줌을 했다.

대화를 마무리하고 줌을 끄려는 순간, 민주는 나에게 물었다.


“언니, 언니는 로마마라톤을 통해서 얻고 싶은게 뭐야?”


갑자기 머리 속이 하얘졌다. 내가 얻고 싶은 것?

…. 나는 서원이때문에 신청하는게 8할 이상이니까, 서원이한테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


줌을 마치고, 갑자기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생각없이 사는 나 자신이 만천하에 드러난 기분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지영이라는 내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기회 비용을 생각하면 그런 자세로 그렇게 큰 비용을 지불하는 곳에 (그것이 국제마라톤이든, 여행이든) 나가면 안되는 것, 아닌가?




내가 왜 로마마라톤을 신청했을까?

내 마음을 글로 적다보니, 서원이 자부심은 핑계..

나 로마마라톤 간다고, 애 둘 데리고 혼자 간다고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고 싶었던

여전히 구린 인정욕구가 가득한 나를 발견했다.


구렸다. 부끄러웠다.

그러다 발견한 책의 한 구절, (윤소정의 생각구독)


성장하고 싶다면? 기존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여행을 하자.



나의 부끄러운 진짜 마음을 공개했다.

다신 그런 <대충대충의 마음,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지 않겠다.>는 나의 대단한 용기이기도 했다.


나를 공개하니,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단단함이 남았다.



2025년 3월 로마마라톤 출전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것

1. 5킬로 Fun Run으로 아이들과 글로벌은 축제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이날을 위해 우리는 코스프레를 준비할 것이다.)

2. 글로벌 마라톤을 통해 나에게 축적될 노하우. (짐싸기, 몸으로 느낀 로마의 행사 운영등등) 분명 나에게 다른 차원의 달리기 세상이 열릴 것이다.

3. 42.195km를 달리고 비정상적으로 세팅을 내 몸을 직접 느껴보기. (지금까지 26킬로가 최장 기록인 나에게 42킬로를 달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경험 전에 감히 상상이 안된다.)

4. 25년마다 한번 오는 이탈리아 희년에 맞춰 로마마라톤을 신청해서 출전한다? 세상 어떤 엄마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둘째까지 데리고 로마까지 날라갈수있을까? 보통 또라이는 아니다. 하지만 이 또라이같은 용기로 나에게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릴 것이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5. 18세기 그랜드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는 로마였다. 그 시절 귀족들의 문화 순례지였던 곳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가려 한다. 교과서 속 국영수보다, 바티칸의 천장화와 콜로세움의 돌계단을 직접 올려다보며 아이들의 지적 자본이 뿌리내리길 바란다. 문화라는 날개를 달아주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이제 진지하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2025년은

가톨릭교회가 25년마다 맞이하는 특별한 희년(Year of Jubilee)이다. 세계 곳곳의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이 축제의 한복판에서, 우리 가족은 42.195km를 달리며 로마의 봄을 맞이할 것이다. 단순한 마라톤 그 이상의, 우리만의 특별한 순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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