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받았다면 달라졌을까?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지온이를 임신한 채, 복직했던 순간들이 생각이 난다.

수많은 순간들이 시간 차이를 두고 스쳐 지나가지만,

얼마 전 <김 과장과의 회의실에서의 순간>이 생각났다.


김 : 나서서 다른 팀, 팀장님에게 일을 하겠다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

나 : ??? 다른 팀, 팀장님이 일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지금 제 결제라인이 김 과장 당신이라 도움 요청할 일이 있으면 김 과장 당신한테 직접 말하라고 했는데????


어떤 무슨 오해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 멍미했던 순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그마한 분노가 끈질기게 나를 쫓아다녔다.


나는 사실 지온이를 임신한 채, 복직했던 그 5개월 동안의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태도들에 지금까지도 분노하고,

오늘에서야 깊게 박힌 가시가 아직도 내 주변 살점들을 썩게 하고 있구나.. 깨달았다. 부패의 속도가 느려졌다 뿐이지… 그 가시를 빠지지 않았고, 썩은 부위도 아직까지도 아물지 않았다.



사실 얼마 전, 인벤타리오 문구박람회에서

내가 면접을 보고 뽑았던 C를 만났다.

난 C를 좋아했다. 내가 면접관으로 그녀를 뽑았고, 진심으로 챙겨주었다.

보직이 변경되고 내 업무들이 그녀에게로 갔고, 그녀는 자신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도 되지 않는데, 일이 많아지는 것에 상사인 나를 따돌렸다.

그땐 진심으로 당황했고, 왜 그러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문구박람회에서 나를 보고 뛰어와 아는 척 인사를 했다.

나는 처음엔 C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는 나의 인스타그램을 염탐하며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구나.. 씁쓸했다. 미워하진 않지만, 미워하지 않는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오늘 아들의 축구 대표팀 경기로 반포운동장에 갔다가

(얼마 전 떠올랐던 그 회의실에서 멍미했던 순간의 주인공 ) 김 과장을 학부모대 학부모로 만났다. 이번엔 내가 먼저 알아보았다.

뱃속에 지온이가 있을 때 알던 사람을 지온이가 8살이 된 후에 만나더니 기분이 묘했고,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그 김 과장의 이름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냉랭했던 것이 이해가지만,

이해를 한다고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었다.

8년 전 일인데도 그때 회사 사람을 만났던 것만으로

나는 호흡이 가빠져왔고, 분노가 이내 가득 찼다.



누구 하나, 그땐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이가 없다.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유치한 행동들도 하지 않았겠지만

그때의 일이 어제처럼 생생하게 내 시야를 가로막는 것을 보니

나는 여전히 그때의 일을 분노하고, 그 사람들이 아주 깊게 저주하고 있다.

괜찮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다.

살면서 똑같이.. 아니 그것보다 10배 깊이 상처받고 버림받는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




나는 앞으로 내 행동에 부끄러움이 들면

타인에게 반드시 사과하면서 살 것이다.

<타인>과 <그때의 그 무리>는 다른 세계이다.


괜찮다는 거짓말

사과를 받아도 내 분노는 사그라들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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