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 나의 짧다면 짧게 살아온 삶이 모두 흘러갔다. 뜨겹게 타오르다가 점점 얇아져 가다가 부분적으로 타오르다가 보석 친구를 만나고 샵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샵에 찾아오는 손님들 이야기 그리고 꿈을 이루던 그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도 주인은 수건만 들고 출근 해버렸다. 이 순간만큼 나의 애타는 마음이 주인에게 들리지 않는것이 한탄스러울 수 없다.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떨어지면서 이런 오만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나 스스로에게 놀라며 제발 가구 밑으로만 굴러들어가지 않기를 바랐다.
“제발.. 가구 아래만 아니면… 제바아알…”
다행히 내가 안착한 곳은 천장 조명이 훤히 보이는 바닥이었다! 오늘 주인이 퇴근하면 나를 발견해줄 수 있는 불행중 다행이었다.
짧은 거리를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닥에서 화장대를 올려다보니 한없이 높은 곳이었다. 저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어도 멀쩡하다니. 그 부분 만큼은 반지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날이 점점 어두워졌다. 주인이 곧 올것이다. 나를 발견하고 나를 손에 끼우거나 화장대 위에 올려주겠지. 이상한 설레임으로 기다림이 즐거웠다.
“띠띠띠띠띠띠띠띠…….띠리리”
드디어 주인이 돌아왔다. 어두운 커튼이 쳐진 방 안에서 최대한 빛을 받아 반짝여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본다.
“주인! 나 여기 있어!! 바닥에 떨어졌어”
안들릴 것을 알면서도 외쳐본다. 드디어 주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불만 켜면 나는 완전히 빛날 준비가 되었다. 자아 들어와라. 주인은 불만 켜면 끝나!
“아…하 진이 다 빠지네…”
“주인. 그래 오늘도 고생 많았어. 피곤하지? 이제 불을 켜”
나의 강력한 바람은 주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나보다. 불도 켜지 않은채 휘적휘적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악!!!“
뭔가 어지럽고 통증이 있었고 정신이 산란하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불도 켜지 않은 겨울 밤은 지독히도 어두워서 내가 어디로 움직였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주인은 여전히 불을 켜지 않았다.
주인은 나와 한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그대로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더욱 비참한 것은 내가 없어진 것 조차 알지 못하는 저따위 무신경함이다. 그런 초롱초롱한 눈을 하고 나를 데려왔으면 책임을 져야지. 사람이 무책임하게 내가 화장대 위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하! 나도 나 잊어버린 주인은… 그런 주인은… 나도 싫어! 애 좀 타보라지!”
며칠이 지나도 나를 찾지 않는 듯한 모습에 서운함이 극에 달했다.
“오늘도 퇴근하자마자 불도 안켜겠지. 흥! ”
그러나 오늘따라 온 집을 환하게 켜고 뭔가 분주한 주인의 발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커튼 덕에 한 낮에도 어두웠어서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는데 갑자기 집에있는 불이란 불은 다 켠 주인 덕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희망이 사라졌다. 아마 저 무던한 주인은 나를 못 찾을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주인의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내 화장대 위에 반지 못봤어? 얼마전에 산거! 내가 팔찌랑 같이 화장대 위에 올려놨는데 없어..”
“….”
“화장대 찾아보고 찾는 김에 화장대 정리도 하고, 들었던 가방 다 찾아보고 입었던 옷 주머니 다 뒤져보고 했는데에…”
아 주인은 날 잊지 않았구나
나를 찾고 있었구나
뭐야.. 우리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