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지 글쓰기 요령
글쓰기 앞에서 늘상 주눅 드는 아이들
"내일 독서감상문 대회해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쓰긴 잘 써야지. 어떻게 잘 쓰지요?"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 쓸지부터 정해야지 했더니
"그럼 뭘 쓸까요" 한다. 네 생각을 써야지 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아무 생각이 없는데요"
며칠 뒤 재하도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왔다. 내일 교내 백일장을 하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한다. 재하는 꽤 오랫동안 논술 학원을 다녔는데도 글쓰기를 할 때마다 매번 이런 반응이다. 왜 아니겠는가. 유명 작가들도 글을 쓸 때마다 "겨우 쓴다"라고 하는데 하물며 어린아이들이야 말해 무엇하리.
백일장 연습도 할 겸 글쓰기 수업을 하는데 재하는 한 글자도 못 적고 있었다. 왜 글을 안 쓰냐고 물었더니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명언을 활용하여 첫 문장 쓰기
동네 보건소에서 걷기 프로그램을 모집한다기에 덜컥 신청해 버렸다. 며칠 뒤 막상 가는 날이 되자 은근히 꽤가 나고 가기가 싫어졌다. 안 가도 되는 이유를 백만 가지쯤 생각하다가 수업 시간이 촉박해서야 겨우 집을 나섰다.
참석해 보니 웬걸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나와서 운동화 싣는 법부터 걷기의 종류, 걷기의 방법 등을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걷는 동안 한 명 한 명 자세를 교정해줬다. 무료 수업이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수업 내용이 알차고 좋아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후기 글을 올렸다.
네가 닿지 않는 것에 선의를 갖고 대하면 언제가 그것이 네 것이 된다."
첫 문장에 프리드리히 니체의 글을 인용해 후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운동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를 가졌더니 이렇게 좋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요지로 글을 써 내려갔다. 내가 쓴 후기의 글을 보고 구청장이 너무 좋아했다며 보건소 직원이 직접 나에게 전해주었다.
재하에게 걷기 프로그램 후기를 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첫 문장은 읽는 이의 눈길을 끌 수 있어야 되기 때문에 멋진 말이 필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이때 인용하는 글은 글의 주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어야 한다.
유독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던 재하는 니체의 명언이 너무 좋다며 암기할 정도록 몇 번씩 베껴쓰기를 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백일장의 글제가 '습관' 이어서 수업시간에 이야기해 준 니체의 글을 인용해 첫 문장을 잘 썼다고 했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이었다. 몇 주 뒤 재하는 백일장 대상을 자랑스레 들고 왔다.
유명 작품의 첫 문장 참조하기
해가 바뀌어도 글쓰기 앞에서 주눅 드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쓸 것인지부터 정해 보라고 한다. 글의 주제를 정하고 나면 첫 문장을 제일 신경 써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러고는 첫 문장으로 유명한 몇 편의 고전을 예시로 보여준다.
글을 쓸 때 첫 문장에 임팩트를 줘야 한다. 첫 문장에 적합한 강렬한 문구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첫 문장문 모아 놓은 사이트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는 집에 있는 책에서 첫 문장만 찾아서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모범이 될 만한 첫 문장들을 섭렵한 후 그것을 인용하면 된다.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강렬한 첫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첫 시작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읽는 이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어떤 글쓰기 대회에서든 첫 문장에서 눈길을 끌게 되면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첫 문장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첫 문장이 유명한 작품 - 나무위키 https://namu.wiki/w/
<글을 쓸 때 인용하면 좋을 첫 문장>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날개>>, 이상
* "밤은 젊고, 그도 젊었다." -<<환상의 여인>>, 위리엄 아이리시
* "염소는 힘이 세다."" -<<염소는 힘이 세다>>, 김승옥
* "나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내 심장을 쏴라>>, 정유정
* "넘버 워워원. 당시인의 너엄버 워어언 패애앤." -<<미져리>>, 스티븐 킹
* "그들은 정오 무렵 건초 트럭에서 나를 내던졌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 "최고의 시기이자 최악의 시기였다." -<<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일리아스>>
*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공산당 선언>>, 카를 마르크스 & 프리드리히 엥겔스
* 조물주가 창조한 모든 것은 선하나, 인간의 손 안에서 모든 것은 타락한다.
-<<에밀>>, 장 자크 루소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 재산 꽤나 있는 독신 남성은 꼭 아내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하는 보편적 진리이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 그 날에 산책을 할 가능성은 없었다.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 나를 이스마일이라 부르라 -<<모비딕>>, 허먼 멜빌
* "하늘은 사람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고, 사람 아래에 사람을 만들지 않았다."라고 말해지곤 한다.
-<<학문의 권장>>, 후쿠자와 유키치
* 대저 천하의 대세란 오랫동안 나뉘면 반드시 합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다면 반드시 나뉘게 된다.
-<<삼국지연의>>, 나관중
* 모든 아이들은, 한 사람만 빼고, 자란다. -<<피터 팬>>, 제임스 M. 베리
*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편치 않은 꿈에서 깨어났을 대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엄청나게 큰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변신>>, 프란츠 카프카
* 지금보다 더 어리고 쉽게 상처 받던 시절, 아버지는 내가 계속 마음에 새기고 있는 충고 한마디를 해주셨다.
* "언제든 남을 비판하려거든 모든 세상 사람들이 네가 있던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해 라." -<<위대한 개츠비>>,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 햇살은 대안 없이, 새로울 것도 없이 빛났다. -<<머피>>, 사뮈엘 베케트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삼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 맑고 쌀쌀한 4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리고 시계는 1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984>>, 조지 오웰
*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홀로 돛단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었다. 팔십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그는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 과거는 외국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 -<<중개자>>, L.P. 하틀리
* 태우는 것은 즐거웠다. -<<화씨 451>>, 레이 브레드버리
* 그래, 사실이다. 나는 정신 병원에 수용된 환자다. 나의 간호사는 거의 한눈도 팔지 않고 감시 구멍으로 나를 지켜본다. 하지만 간호사의 눈은 갈색이기 때문에 푸른 눈의 나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양철북>, 권터 그라스
*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광장>>, 최인훈
*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젊은 느티나무>>, 강신재
* 첫눈에 반해버렸다. -<<캐치-22>>, 조지프 헬러
* 아빠는 멍텅구리입니다. -<<가시고기>>, 조창인
* 기묘하고 찌는 듯한 여름, 그들이 로젠버그 부부를 전기의자에 앉힌 계절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내가 뉴욕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벨자>>, 실비아 플라스
* "문제가 생기면 대열을 좁힌다."는 말처럼, 위기 닥치자 백인들은 결속을 강화했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진 리스
* 몇 년이 지나 총살을 당하게 된 순간, 이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오래전 어느 오후 아버지에게 이끌려 얼음 구경을 하러 간 일을 떠올렸다. -<<백년의 고독>>, 가르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활자 잔혹극>>, 루스 랜들
*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
* 항구의 하늘은 방송이 끝난 텔레비전 색이었다. -<<뉴로맨서>>, 윌리엄 깁슨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칼의 노래>>, 김훈
* 이 냉장고의 전생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카스테라>>, 박민규
*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마션>>, 앤디 위어
제가 책을 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