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둔치를 걷다 조형물 하나를 마주했습니다.
선글라스를 낀 고양이가 빨간 하이힐을 신고 캐리어를 끌고 있었지요.
토끼 인형이 매달린 그 캐리어는 어디론가 당당히 떠나는 여행길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엔 귀엽다며 웃었습니다.
그냥 가벼운 나들이겠거니 했지요.
그런데 그 장면 앞에 오래 서 있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저 고양이와 토끼는 정말 자유롭게 떠나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의 시선 안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틀 안에서
자유로운 척, 벗어난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에 떠오른 단어는 ‘꼼짝마!’였습니다.
벗어난 듯 보이지만 사실은 통제된 공간 속을 떠도는 우리들,
당당히 나서는 것 같지만,
그 캐리어 안에선 GPS가 켜져 있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 디카시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떠나는 듯하지만 이미 돌아올 준비를 마친 존재들,
벗어난 듯하지만 여전히 연결된 줄 위를 걷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꼼짝마!〉는 단순한 풍자시가 아닙니다.
귀엽고 익살스러운 조형물에서 출발했지만,
그 안에는 ‘현대인의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지만,
정작 떠나는 그 순간에도
돌아올 길을 미리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시는 어쩌면 저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합니다.
“꼼짝마. 아직 너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잖아.”
소리 없이 놓은 이 말 한 줄이, 당신 마음 어딘가에 잔잔히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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