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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식_고개 숙인 꽃에 대한 인사, 밤, 부엉이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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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굽히지 않는 법


목차


굽힘은 패배가 아니라, 존엄의 시작이다

1.임동식의 회화, 자연과 대화하는 일기장

2. 산문시- 〈몸을 굽히지 않는 법〉

낮추어야 비로소, 꺾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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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힘은 패배가 아니라, 존엄의 시작이다


굽힌다는 건 패배가 아니라,

자신을 지켜내는 또 다른 방식이다.


낮춤 속에 품은 존엄,

그것이 우리가 잊고 사는 ‘강함’의 본모습이다.



이 글은 임동식의 그림, 한 편의 영화, 그리고 한 편의 시를 따라

‘굽힘’이라는 이름의 존엄을 탐색한다.



1. 임동식의 회화, 자연과 대화하는 일기장


임동식의 그림 앞에 서면 마음이 먼저 고요해진다.

그의 화폭은 자연을 그리기보다, 자연과의 대화를 기록하는 일기장 같다.

그는 꽃을 바라보며 선 채로,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과 인사를 나누어 온 사람 같다.


〈고개 숙인 꽃에 대한 인사〉 시리즈는 총 여덟 점으로 이루어졌지만, 지금까지 갤러리를 통해 공개된 것은 네 점뿐이다. 〈이른 봄〉, 〈아침, 까치〉, 〈정오, 참새〉, 〈밤, 부엉이〉.

이 작품들은 계절의 윤곽과 시간의 호흡을 함께 품고 있다.


이른 봄의 희미한 빛, 아침의 온기, 정오의 찬란함, 밤의 고요. 그는 하루의 빛을 따라 생의 흐름을 그렸고, 그 속에서 꽃과 인간이 서로에게 머리를 숙이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의 ‘숙임’은 단순한 자세가 아니다.

한 송이 꽃이 자신을 태우며 피어나듯,

임동식의 회화에는 존재의 예법으로서의 굽힘이 깃들어 있다.


그는 달걀을 귀에 대고 생명의 소리를 들었고, 손끝으로 꽃봉오리의 피어남을 따라 하며, 자연이 들려주는 미세한 숨을 화폭에 옮겼다.



그의 그림에는 계산보다 체온이, 개념보다 감각이 먼저 도착한다. 햇빛은 낮게 깔리고, 꽃들은 그 빛을 담기 위해 조용히 몸을 기울인다.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고개를 숙이는 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존재를 지키는 일이다.”




2. 산문시 〈몸을 굽히지 않는 법〉 — 굽힘 속에서 피어난 존엄


임동식의 그림 속 숲에 들어서면, 빛이 나를 알아본 듯 낮게 스며든다. 고개 숙인 꽃들은 서로의 숨결로 바람을 일으키고, 나는 그 속에서 오래 잊고 있던 내 몸의 무게를 느낀다. 꽃잎 하나가 내 어깨에 닿는다.


‘괜찮아, 아직 살아 있잖아.’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그 순간 나는 안다. 굽힘은 복종이 아니라 숨을 쉬는 일이라는 것을. 햇빛은 제 키를 줄이며 세상을 어루만지고, 바람은 스스로를 낮추며 나무의 귀를 훑는다. 나는 그 겸허한 몸짓을 닮고 싶다.



숲이 내게 속삭였다. “굽힘은 사라짐이 아니라, 이어짐이야.” 그 말에 빛이 내 안에서 물결로 번졌다. 그렇게 나는 바다를 떠올렸다. 굽힘의 끝에서 존엄을 지켜낸 한 사람, 라몬.


스페인의 바닷가를 떠올린다.

영화 〈씨 인사이드〉의 라몬. 그는 다이빙 사고로 바다에 잠겼던 젊은 날 이후, 침대 위의 바다에서 스물여섯 해를 보냈다. 몸은 굳어 갔지만, 그의 영혼은 창문을 넘어 늘 바다로 나아갔다.


그는 말했다. “삶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입니다.” 그 말은 마치 파도가 벽을 두드리듯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의 침대 곁에는 늘 바다가 있었다. 포기와 절망 사이에서도, 그는 여전히 ‘자유’를 입김처럼 내쉬었다. 나는 그가 굽히지 않은 것은 몸이 아니라, 자기답게 살고자 했던 마음이라는 걸 깨닫는다.


문태준의 시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을 읽는다. “태양이 몸을 굽힌, 미지근한 어스름도 때마침 좋네.” 그 구절을 따라 저녁 빛에 나를 비춰본다. 하루가 저물어도, 나는 조금씩 굽히고 조금씩 선다. 굽힘은 항복이 아니라 균형이다. 오늘의 무게를 품은 어깨가 가벼워지도록, 낮춘다.


그렇게 숨을 고르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낮아진 자리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것이야말로, 몸을 굽히지 않는 법이니까.


낮추어야 비로소, 꺾이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굽힘’을 약함으로 배운다.

하지만 삶의 진짜 강함은 꺾지 않고 버티는 데 있지 않다.

때로는 스스로를 낮추며, 세상과의 간격을 조용히 맞추는 데 있다.

라몬처럼, 그리고 숲의 꽃들처럼.

굽힘은 살아 있는 자의 존엄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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