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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Sep 14. 2020

뿔에 혼을 불어넣다

종잇장처럼 얇은 각지角紙 속에  청춘을 갈아 넣었다

뿔에 혼을 불어넣다      


진순희


         

‘화각장’(華角匠)

늙은 사내가 우시장을 찾았다

풀 먹고 자란 서너 살짜리 황소 뿔

조심스레 모셔온다 

    

왼손 오른손 

골절기에 바친 손가락이 셋

종잇장처럼 얇은 각지角紙 속에

청춘을 갈아 넣었다   

  

용, 모란, 십장생… 

장수와 재물의 문양 새겨진

웬만한 머릿장 하나 장식하려면 

소 200마리의 뿔을 동원해야 한다   

  

타고난 가난이야

황소 싸움처럼 이겨낸다지만

감탄 자아내던 작품 놓고

비싸다는 말 한마디에 풀이 죽는다

     

쇠뿔에는 

상품 아닌 작품만을 만들겠다는

화각을 필생의 업으로 악물고 사는 

사나이의 집념이 서려 있다     





출처: 이칠용의 공예일기- https://blog.naver.com/chilyounglee/221838977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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