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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Sep 30. 2020

애물단지 가을

애물단지 가을  

    

진순희

  

        

제 수명을 다한 낙엽들

가로수 밑 쓰레기 봉지마다 

짝을 지어 무리지어 있다

어느 곳에서는 떨어진 은행잎을 가져와

가을을 연출한다고 하는데

애물단지로 변해버린 도심의 낙엽

쓰레기 봉투만 채우고 있다     


자리하고 있는 터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

오솔길이나 산에 쌓이는 낙엽

가을의 자태를 한껏 드러내지만

도심의 낙엽은 소각의 대상이다

이제 가을도 돈을 주고 버려야 하는 세상

흙에서 낳아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은

순환의 삶을 잇지 못하고 매립장으로 간다

자연도 정해진 길을 이탈하면

결국 쓰레기로 묶여 소각장으로 끌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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