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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Oct 25. 2020

나무 불면증

열매를 맺지 못한 불임이 늘어난다

나무 불면증


진순희 


빛에도 소리가 있다

웅성거리는 공기의 파동들 

밤거리는 대낮같이 환하다

쏟아지는 빛들은 거리 곳곳마다 내리꽂히고 

헤드라이트에 반사되는 아스팔트도 반짝거린다

8천 칸델라가 넘는 초대형 화면

현란한 영상으로 밤을 유혹하면

빛에 이끌려 우르르 사람들도 몰려나온다

잠을 놓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빛의 등쌀에 뒤척이는 시간

고양이들도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네온사인이 거리를 접수할 때

별들은 늘어진 초침 소리를 내며 졸기 시작한다

도시의 조명이 서서히 나무초리를 데우기 시작하면

가지부터 뿌리까지 세포 하나하나 

빛의 소리로 근질거리는 몸

다닥다닥 들러붙은 꼬마전구에

결박된 나무들은 몸살을 앓는다

밤낮이 모호해진 도시의 올빼미족

열매를 맺지 못한 불임이 늘어난다



 

출처: https://train4world.tistory.com/2753


출처: https://train4world.tistory.com/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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