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맺지 못한 불임이 늘어난다
진순희
빛에도 소리가 있다
웅성거리는 공기의 파동들
밤거리는 대낮같이 환하다
쏟아지는 빛들은 거리 곳곳마다 내리꽂히고
헤드라이트에 반사되는 아스팔트도 반짝거린다
8천 칸델라가 넘는 초대형 화면
현란한 영상으로 밤을 유혹하면
빛에 이끌려 우르르 사람들도 몰려나온다
잠을 놓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빛의 등쌀에 뒤척이는 시간
고양이들도 거리를 어슬렁거린다
네온사인이 거리를 접수할 때
별들은 늘어진 초침 소리를 내며 졸기 시작한다
도시의 조명이 서서히 나무초리를 데우기 시작하면
가지부터 뿌리까지 세포 하나하나
빛의 소리로 근질거리는 몸
다닥다닥 들러붙은 꼬마전구에
결박된 나무들은 몸살을 앓는다
밤낮이 모호해진 도시의 올빼미족
열매를 맺지 못한 불임이 늘어난다